[밖에서 본 시카고, 시카고 사람들] 시카고 더위, 서울 단풍
김상우
아름다운 가을 풍광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여름을 깨끗하게 지워버렸습니다. 불과 두 달 전의 일인데 말입니다. ‘7말8초’ 서울은 그야말로 찜통이었습니다. 7월 21일부터 8월 6일까지 17일간의 평균기온이 섭씨 31.4도였습니다. 특히 8월 1일은 39.6도로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지요.
필자는 ‘시카고’라는 단어를 들으면 ‘불스’ ‘컵스’ ‘화이트삭스’ ‘마천루’ ‘시카고학파’ ‘마피아’ 등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서울의 폭염을 계기로, 시카고의 더위가 유명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뉴욕대 사회학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저서 ‘폭염사회’를 통해서입니다. 그는 1995년 7월 14~29일 폭염으로 시카고에서 739명의 시민이 숨진 원인을 16개월 동안 발로 뛰어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희생자 대부분이 빈곤층의 고립된 노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창문조차 열 수 없고, 에어컨도 없는 집에 살면서도 범죄가 두려워 외출을 꺼리는 바람에 고독사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현재의 서울은 20년 전 시카고 폭염 당시와 얼마나 다를까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독거 노인, 쪽방촌 주민, 건설현장의 근로자 등 취약계층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더위가 물러가고 단풍놀이에 심취하는 사이 우리의 관심은 이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소외된 이웃을 사회가 보살펴야 한다는 것, 시카고 폭염의 비극이 주는 교훈입니다.
약력: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 JTBC 사회1부장, 취재담당 부국장을 거쳐 현재 행정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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