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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환 칼럼] 다시 지방화 시대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0번을 누르고 교환원에게 전화번호를 대줘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영어가 꼭 필요했고 어르신들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했다. 요금도 비싸 따로 계몽을 하지 않아도 ‘용건만 간단히’ 통화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 직접 통화가 가능해 졌고 장거리 전화시장의 독점이 깨지면서 요금도 싸지고 통화 방식도 크게 개선되었다. 당시 시카고와 한국을 오가는 통화량을 요금액수로 환산한 보도가 있었는데 연간 1억 달러가 넘었다.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어떤가. 한국으로 통화하는데 요금 때문에 주저하는 일은 없다. 얼굴을 보며 하는 통화가 무료다. 인터넷의 발달이 가져온 변화다. 이 통신망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글로벌화의 고속도로가 되었다. 웹사이트는 2년 전 10억 개를 돌파했다. 현재 매일 380개의 웹사이트가 새로 생긴다고 한다. 인터넷 이용인구 20억 명, 웹사이트가 2명에 1개 꼴이다.

거대기업 아마존이나 구글 등은 인터넷이 만든 기업이다. 이를 흉내라도 내려는 듯 웹사이트 하나 개설해 놓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과장이 나온다. 누구나 베조스 처럼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지만 누구나 될 수는 없다.

세상의 이치는 묘해서 글로벌화의 대척점에서 지방화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네트웍 확장이 가져온 역반응이 바로 지방화다. 웹사이트 개설 초기에 접속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반경 수십 마일 내에 있다. 시애틀에서 시작한 아마존도 그랬다. 서비스든 상품이든 점에서 시작해 면적을 넓힌다. 그 시작점이 지방이다.



다음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장황했다. 시카고 중앙일보가 지면을 로컬 뉴스 중심으로 채우고 있다. 중앙일보 만의 시도는 아니다. 시카고 트리뷴이 시카고 뉴스에 중점을 두는 한편 서버브 지역 신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취합해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고 데일리 헤럴드도 로컬 뉴스에 신경을 쏟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 어딘가에 재개발이 이루어 지고 있고 도로가 새로 나는 일, 내 집 가까이 새로 문을 연 비즈니스, 우리 동네에서 좀처럼 없었던 범죄가 발생했다는 뉴스 등이 유럽이나 워싱턴의 묵직한 뉴스보다 가벼워 보일 지 몰라도 생활과 밀접한 정보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는 전 세계 언론사가 다 인용해 보도한다. 같은 뉴스를 조금씩 다른 형태로 다른 시각으로 전달한다. 치열한 경쟁이다. 한국어로 읽으려면 네이버나 다음 등을 통하면 어디서든 접속 가능하다. 같은 내용의 뉴스가 제목만 조금씩 달리해 줄줄이 나와 있다.

반면 로컬 뉴스는 거의 독점적이다. 사실 로컬뉴스 강화 트렌드는 비즈니스 차원이 아닌, 글로벌화의 반작용으로 보는 게 맞다.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 좀 간지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시카고 중앙일보를 읽으면 시카고가 읽힌다’고 말하고 싶다. 시카고와 한인사회, 우리의 이웃을 알려면 시카고 중앙일보를 읽으시라고 권하는 바다.

오래 전 한인회 중심으로 ‘하나로’라는 프로그램이 추진되었었다. 한인업소들을 서로 이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였다. 얼마 가지 않아 중단되었지만 그 지방화 작업이 지금 부활하면 효과가 크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지금은 역설적으로 지방화 시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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