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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자식은 부모의 아버지

나는 매일 자식에게 배운다. 어릴 적엔 내가 자식을 가르쳤는데 머리통이 좀 커지고부턴 애들에게 꾸지람을 들으며 산다. 반평생 미국에 살아도 나는 여전히 노랑땡땡이고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다. 그로서리 돈 낼 때 줄을 비딱하게 서거나 목 내밀고 내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머릿수를 세면 애들이 눈치를 준다. ‘빨리 빨리’식 인내심 결여와 속단속결, 빈약한 시민 정신의 한국형 종합 행동 비리(?) 세트로 곤혹을 치른다. 혹시라도 누구 흉보다 걸리면 총체적 난국으로 몰려 주의를 경고 받는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에서 편법 쓰지 않고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남을 배려하고 자란 아이들을 보며 건전한 미국 시민으로 살기엔 영 부족인 내 행동거지가 부끄럽고 미안하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 훌륭하게 자라 성공된 삶을 살기를 염원한다. 좋은 직장 가지고 높은 지위에 올라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길을 터주는 것이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길일까. 사랑도 지나치면 마약이고 독약이다.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권모술수와 거짓, 조작된 학력과 스펙쌓기를 양심의 가책도 없이 자행하는 자들이 변명과 독선에 민초들은 피를 토하며 공분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기 마련, ‘심은 대로 거둔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다. 온갖 부정과 비리, 탐욕과 자기당착에 빠진 부모로부터 자식은 무엇을 배우며 자기인생을 설계할까. 부모는 자식이 만나는 첫 번째 선생님이다. 부모가 부정하고 악한 짓을 일삼는데 그걸 보고 자란 아이가 죄의식 없이 인생을 살아 갈 수 있을까. 썩은 나무에서는 꽃이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는다. 부정한 부모 밑에서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인생을 살아 갈 자식들의 장래가 안쓰럽다.

자식은 내 삶의 현재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비록 보잘 것 없이 초라하다 해도 아이들은 당당하게 산 부모의 모습을 기억하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부모는 나침판이다. 부모의 삶의 향하는 나침판의 방향으로 아이들은 성장한다. 자식은 부모 인생의 축소판이 아니다. 목표가 될 수 없다. 오직 바른 길 향해 자랄 수 있도록, 그늘 지우지않고 빛나는 태양 향해 성장할 수 있게 자양분을 주는 존재가 부모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회초리 들 때가 있다. 추수감사절 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애들은 사고 치다 부모에게 매 맞은 것 자랑하며 낄낄 댄다. 우리 애들이 파리채로 맞았다고 성토하고 시누이 집 애들은 젓가락, 오빠네 애들은 주걱으로 머리통 얻어 맞았다며 히히덕거린다. 사랑의 매는 사랑으로 열매 맺는다.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마냥 뛰누나. /내 인생 시작할 때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노라./ 늙은 때 또한 그러할 것이고./ 아니면 죽을지노라.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윌리엄 워즈워드의 ‘무지개’ 중에서

나는 내 아이들이 자유와 평등, 불의와 편견에 맞서 내 가슴이 요동치는 것처럼 힘든 생의 고비마다 가슴이 뛰기를 바란다. 정의와 평등은 종국에는 폭풍 뒤에 떠오르는 무지개처럼 찬란하게 빛날 것이므로. 자식에게 남길 것이 없어 빈 공책에 그릴 일곱가지 무지개색 크레파스를 줄 생각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비어있는 캔버스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그들의 몫이다. 그 그림 속에 힘들고 아팠지만 비굴하지 않게 살아온 내 삶이 작은 밑그림이 되기를 소망한다. (윈드화랑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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