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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화려한 목숨

“목숨만큼 화려한 것은 없네. 천산을 헐어서 하해를 메꾼다 해도 목숨이 비어있는 자리는 메꿀 도리가 없어.” 최정희 작가의 혼불시리즈 중 3권에 나오는 구절이다. 목숨 뒤에 붙은 기대치 않은 형용사가 뜻밖에도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목숨이 화려하다는 표현은 얼마나 절묘하고 적절한가. 화려하다는 것은 보통 환하게 빛나는 아름답고 고운 것이나 호사스러운 분위기 또는 경력이 대단한 것을 표현한다. 최정희 작가의 관찰은 언어의 피상을 넘어 그 심지를 뚫고 들어가는 내공을 담고 있다.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존재의 자리,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화려하고 간절한 것이 목숨인 것을 그녀의 글에서 공감하기까지 평생이 걸린 것을 깨닫는 것은 마치 큰 지진후의 여진과도 같이 또 한번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오듯 불현듯 생각 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상실된 목숨과 관련된 기억들은 한결같이 억장이 아스라히 내려앉는 듯한 멀미를 동반한다.

인간의 말로는 위로할 수 없는 그 절망과 어둠을 소망의 따스한 빛으로 밀어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기독교 신앙이 주는 부활과 영생의 메세지다. 그저 영혼이 영원히 산다거나 죽어서 가는 곳이 천국이나 지옥이라는 내용이 아니다. 죽음을 초월한 약속이 생생하게 증거된 신앙이다. 신이 인간으로 이 땅에 살았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생을 살고 고통스런 죽음을 경험한 후 그 영으로 지옥에 내려가 말씀을 전하고, 사망한 인간 가운데 최초로 다시 살아나서 40일간을 지상에서 머무르며 여러번 당신의 제자들과 사람들과의 만남 후에 인간세상을 다시 찿아올 것이라는 약속을 남기고 수다한 사람들의 눈앞에서 하늘로 승천함으로써 죽음 이후의 생을 생생히 목격하게 하며 남긴 약속으로서의 재회와 영생이다.

인생살이 가운데 사랑의 원천이자 평생의 버팀목이던 엄마가 더 이상 세상에 없는 상황은 마치 쓰나미의 파도에 얹힌 부초 같은 자화상을 연출해냈다. 어려운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많은 이들의 도움과 위로 가운데서도 유독 격려가 되고 있는 내용이 있다. 어머니가 그토록 원하시던 모습의 아들로 세워지기 직전에 갑자기 모친상을 당했기에 더 극심한 절망감과 슬픔을 체험한 한 목사님의 나눔이다. 한 삼년을 충격과 상실감 속에서 지내던 그 목사님에게 어느날 하나님이 말씀하셨다고 했다: “내가 네가 너의 어머니께 잘해드리는 것보다 더 잘해주지 않겠느냐”고. 그 내용은 명확하게, 인간이 할 수 있는 그 어떤 사랑보다도 더 큰 하나님의 사랑을 믿고 신뢰하여 슬퍼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그 분이 나누어주신 내용을 들으면서 폐속으로 시원한 박하향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하나님은 당신의 사람들을 준비하시고 적절한 타이밍에 일하게 하신다. 하나님은 적절한 사람들을 당신이 디자인하신 정확한 순간에 맞추어 적절한 장소에 있게 하신다. 하나님은 언제나 당신의 사람들을 위로하시기 위해 “상처받은 치유자”를 준비해 주신다.

누구에게나 나름의 재능과 자원이 있다. 비극적인 경험과 난관을 겪은 내용까지도 적절한 경우와 시간대에, 꼭 필요한 사람과 나눈다면 그것이 곧 가치 있는 자원이다. 날이 갈수록 세상을 떠나간 친숙한 얼굴들이 늘어간다. 생의 어디쯤에서 시대를 함께한 가족들, 친지들, 연예인들, 또 정치인들 가운데 다시는 마주 설수 없고 이 땅에서 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기억과 여운은 절절하게 화려하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천상천하 독보적인 존재의 대단함으로 화려하다. 세상사는 동안에 남길법한 업적이나 공헌, 부와 귀천의 내용과도 무관하게 누군가의 동기간으로, 한때의 연인으로, 이웃으로, 친구로, 그저 한 인간으로, 그대의 목숨은 화려하다. [종려나무 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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