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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 자녀양육 37 – 뜻밖의 영웅

우리 자녀들이 이민자의 자녀로 이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힘들 수도 있다. 유럽에서 이민온 사람들의 경우에는 한 세대만 지나면 주류사회와 완전히 동화된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은 아무리 많은 세대를 지나도 눈에 뜨이다 보니 계속해서 편견과 차별대우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현실로부터 도피하려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현실에 반항하기도 한다.

이민자의 자녀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성경에 등장하는 삼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 이름은 성경에 두 번 언급되지만 실제로 그 사람에 관한 기록은 한 구절 뿐이다. “에훗의 후에 아낫의 아들 삼갈이 사사로 있어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사람 육백명을 죽였고 그도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더라"(사사기 3:31).

그 외에는 삼갈에 관한 기록이 없다.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연관된 지식을 사용하여 그의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사실을 추측해왔다.

학자들은 삼갈이 이민자나 이민자의 후손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 이름을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름이 아니라 헷 족속의 이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바벨론 이름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 이름이 헷 족속에게서 왔다고 보든 바벨론에서 왔다고 보든, 삼갈은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섞여 살았던 이민자였거나 이민자의 후손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 어떤 학자들은 삼갈을 이방신을 섬기던 사람들의 후손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삼갈이 “아낫의 아들”이라고 했는데, 아낫은 가나안 사람들이 섬기던 여신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즉 “아낫의 아들 삼갈”이라는 말은 그가 이방신의 아들 또는 이방신을 섬기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말이 된다.

삼갈을 이민자나 이민자의 후손이라고 보든, 이방신을 섬기는 사람들의 후손으로 보든, 그는 주류사회와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살았을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강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자손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섬겼다. 그래서 그들은 매우 배타적인 사람들이었다.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는 일에 인색했다. 삼갈은 그런 이스라엘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소수민의 일원으로 살았을 것이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살아가는 삶을 살았을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삼갈이 사사가 되었다.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기에 삼갈은 뜻밖의 사람이었다. 사사란 단지 재판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말한다. 사사는 군대를 지휘하여 적군을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뜻밖에도 소수계의 삼갈이 주류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된 것이다. 심지어 성경조차도 “그도”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삼갈이 뜻밖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뜻밖의 사람 삼갈은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일에 뜻밖의 도구를 사용했다. 그가 사용한 도구는 “소 모는 막대기”라는 농기구로서 2미터가 조금 더 되는 길이의 나무막대기였다. 한 쪽 끝은 뾰족하고, 다른 쪽 끝은 납작했다. 뾰족한 쪽으로는 농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소를 몰기 위해 소의 목이나 엉덩이를 찌르는데 사용했다. 납작한 쪽은 쟁기같은 농기구에 묻은 흙을 긁어내거나 소똥을 치우는데 사용했다. 이스라엘보다 먼저 철기시대를 맞은 블레셋 사람들이 쇠로 만든 무기를 들고 이스라엘에 쳐들어왔다. 그런데 삼갈은 나무막대기를 가지고 맞섰다. 그것은 칼이나 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기였기에 뜻밖의 도구였다.

뜻밖의 사람 삼갈은 뜻밖의 도구를 가지고 뜻밖의 결과를 이루었다. 삼갈은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사람 600명을 죽이고 이스라엘을 구원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블레셋 사람들은 노아의 아들 함의 후손들이었다. 그들은 가나안의 남서쪽 해안에 살았었는데, 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민족들 중에서 가장 호전적인 민족이었다. 엘리 제사장 때는 이스라엘 군대로부터 언약괘를 빼앗아 갈 정도로 힘이 막강했다. 골리앗은 블레셋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용사였다. 일개 농부가 싸움에 능했던 “블레셋 사람 600명”을 죽이고 이스라엘을 구원했다. 뜻밖의 결과였다.

주변인으로 여겨졌을 삼갈이 주류사회를 주류사회의 리더가 되었고 보잘것 없는 도구를 가지고 주류사회를 살렸다. 그는 뜻밖의 사람으로서 뜻밖의 도구를 가지고 뜻밖의 결과를 이룬 뜻밖의 영웅이었다.

삼갈의 이야기는 우리 자녀들이 이땅에서 살면서 낙심하지 말 것을 가르쳐준다. 하나님의 뜻이면 그들도 뜻밖의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사사는 특정한 역할을 위해 하나님이 직접 선택하여 세우신 사람이었다. 하나님이 사용하기로 작정하신다면, 우리 자녀가 가진 도구가 아무리 빈약해보여도 염려할 것 없다. 재능이 부족해도 걱정할 것 없다. 그것을 가지고도 뜻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깨끗이 하고 하나님께 내어드리면, 하나님은 그들을 사용하여 뜻밖의 일을 이루신다.

또한 삼갈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을 나보다 낫게 여겨야 할 것을 상기시켜 준다.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주변에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 중에, 우리가 속한 단체의 구성원들 중에, 심지어 가족 중에도 무능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면 그들도 삼갈처럼 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사람이라도 무시하면 안된다고 우리 자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삼갈을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이다.

이민자의 자녀들은 알게 모르게 편견과 차별대우를 겪을 수밖에 없다. 편견을 갖고 차별대우를 행하는 사람들 중에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는 다인종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민자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그들을 차별한다. 또 편견과 차별대우는 실제적으로 행해지는 것보다 더 많이 느끼는 것을 본다. 편견과 차별대우에 관한 선입견을 가진 이민자들의 예민함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자녀들은 뜻밖의 영웅 삼갈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모든 경험을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이는 여유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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