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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 칼럼]비핵화 요원한데 경협논의 과속하지 말라

유흥주 /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유흥주 /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7/02 07:51

문재인 정부는 남과 북이 동해•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해 7월 24일 부터 경의선 북측구간(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하고, 이어 동해선 (금강산∼ 두만강) 공동조사도 진행키로 했다고 한다.

남북은 26일 판문점에서 철도협력 분과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에 합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남북은 또 28일 도로협력 분과회의, 7월 4일에는 산림협력 분과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한다고 했다.

기록을 살펴보니 북한 지역에 처음 건설된 철도는 1906년 개통된 경의선(서울~신의주)이다. 남한 지역 첫 철도인 경인선보다 7년 정도 늦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북한의 철도는 남한보다 훨씬 더 많이 건설됐다. 광물 등 지하자원이 있다 지만 일본 대륙 침략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해방 당시 북한의 철도 총연장은 3797㎞로 남한(2725㎞)에 비해 1.4 배 더 길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해방 이후 북한은 1500㎞가 넘는 철도를 새로 깔았고, 1973년 에는 한국보다 1년 앞서 평양에 지하철을 개통하기도 했다. 지금도 북한의 철도 총연장은 5235 ㎞로 남한의 3825㎞ 보다 훨씬 긴셈이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북한 철도는 남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북한 철도는 대부분 단선이다. 복선화율이 2.9%밖에 안 된다. 한국은 웬만큼 중요한 노선은 복선, 복복선으로 돼 있다. 철도 궤도로 따지면 한국은 9000㎞가 넘는다. 북한 철도는 철로가 녹슬고 지반이 약한 데다 신호 체계도 엉망이어서 평균 운행속도가 시속 20㎞에 불과하다. 가장 시설이 좋다는 평양~베이징 간 국제열차의 평균 시속이 45㎞다. 전력 부족으로 열차가 멈춰서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철로와 침목을 못 하나만으로 고정시켰고, 열차 하중을 분산하는 자갈은 깔려 있지 않은 곳도 많아 열차가 심하게 흔들린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27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있는데,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던데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한 배경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철도를 활용하려면 사실상 북한의 철로를 다 뜯어내고 새로 건설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철도기술연구원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과 보수에만 6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그래서 신호시스템만이라도 현대화해 평균 시속을 50~60㎞로 끌어올려 경제성을 갖게 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가 문재인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 로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남북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경협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당연 한 수순이고 기대도 높다. 하지만 북의 비핵화가 아직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협논의만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이 아니가 생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음에도 지금까지 후속 협상과 구체적인 조치 등 아무 것도 이뤄진 게 없다. 오히려 북이 시간만 끌려하는 움직임만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핵화가 남북경협의 대전제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릴 수 없고 경협의 진전도 어렵다. 더구나 미국은 북의 즉각적인 비핵화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 기존의 독자적인 경제제재 조치들을 1년 연장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만 경협을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고, 국제사회의 합의인 대북제재와 따로 가서도 안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26일 ‘남북경협 콘퍼런스’에서 “일부의 성급한 접근이 우려 된다”며 “대북제재 해제 전까지는 충분한 정보로 차분하고 질서있는 경협 추진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민관협의체를 통해 표준과 프로토콜, 기업제도 등 이질적인 경제기반 을 통일 하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비핵화는 요원한데 문재인 정부는 너무 앞서가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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