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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특이점

이제 열흘 남은 2016년을 돌아보면서 꼭 한번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는 과학이다. 경제와 정치, 한인사회 소식들에 치여 과학이라는 분야는 단순한 흥미위주의 주제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신 스마트폰과 자가주행 전기차 정도를 인류가 이룩한 과학문명의 정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편적 수준이다. 하지만 가수 밥 딜런이 문학상을 수상한 것으로 화제를 부른 올해 노벨상의 과학부문 수상자들의 업적을 조금만 깊게 살펴봐도 작금의 세계 과학계가 이룩해 낸 눈부신 결과물들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하나같이 수년전만 하더라도 SF영화에서나 꿈꿀 수 있었던 기술적 진보를 현실로 이룰 밑거름이 될 내용들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바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 등 5명의 과학자들은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 연구로 ‘초분자 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했다. 고등동물의 세포 속 단백질처럼 자기조립 능력을 이용해 유용한 물질구조를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든 분자의 집합체인 ‘분자기계’를 이용하면 새로운 물질이나 센서,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으로 개발해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의 연구는 분자 수준의 초소형 기계를 만드는 등 장래 과학기술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나노기계를 인체에 투입해 불치병을 치료 할 수 있다. 분자 승강기, 분자 근육, 초소형 컴퓨터 칩등 상상 속에 가능하던 일들이 가능하게 된다.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대 명예교수는 ‘오토패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에 대한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자가포식은 세포의 영양소가 결핍됐을 때 스스로 노폐물을 제거해 에너지를 얻는 활동을 뜻한다. 이 기능이 고장 나면 세포는 내부의 단백질을 파괴해 항상성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세포의 노화를 뜻하며 당뇨병, 암 등의 원인이 된다. 향후 인류가 자가포식 기능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 등의 획기적인 예방 및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질량이 0보다 작은 ‘별난 물질’(Exotic Matter)을 연구한 데이비드 사울레스 워싱턴대 교수 등 영국인 과학자 3명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우리가 사는 3차원이 아닌 1, 2차원에서는 이같은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규명했다. ‘별난 물질’은 지금 컴퓨터보다 수만 배 더 빠른 양자 컴퓨터의 기본 물질이 돼 현재의 수퍼컴퓨터보다 수백배 뛰어난 데이터 분석을 개개인의 일반 컴퓨터로도 가능케 할 것이다.

‘기술적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시점부터 자체의 학습과 빠른 연쇄적 개량으로 인한 지능폭발이 인류총집합의 지능을 넘어 초지능에 도달하는 시점을 뜻한다. 현재 유전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기술이 진화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수십년 안에 ‘특이점’이 올 수도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인간은 첨단의 과학을 이해하기 보다는 인공지능이 이룬 과학적 혜택만을 누리게 된다.

지금의 세대는 이렇게 인간의 과학적 진화 완수를 눈앞에 둔 시점에 서있다. 수십억 인류의 집단지성의 발현은 거침없이 눈부시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의 과학자들과 첨단기업들은 그 맨 앞에 서있다. 이와 달리 한국의 지성은 여전히 정치와 이념에 갖혀있다. 구한말 대원군 시절의 쇄국정책으로 우물안 개구리가 됐던 역사가 재현될까 버겁다. 재벌기업 몇 개가 무너지면 한국의 선진국 신화도 모래위의 거탑처럼 무너질 정도로 한국의 국력은 허약한 채다.

세계적으로 한국 학생들처럼 치열하고 고달프게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드물다. 그들의 집단지성을 낭비하는 위정자들의 어리석음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구한말 당시의 조정 관료들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특이점은 지금이다. 선진국이 됐다는 자만감에 안주한 채 주변국들의 급성장을 쫓지 못하고 도태되기 시작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다시 한 번 세계의 변방으로 추락하느냐를 가늠하는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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