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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쓰는 짧은 편지]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솔로곡 ‘쿠프랑의 무덤’

높은 완성도·정교한 화성·아름다운 선율
18세기 프랑스 음악에 대한 경의 표현

프랑스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드뷔시와 함께 인상주의 작곡가인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과 그의 마지막 피아노 솔로곡 ‘쿠프랑의 무덤(Le tombeau de Couperin)’을 소개한다.

음악애호가인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라벨은 자연스럽게 어릴 적부터 음악을 듣고 배우며 자랐다. 피아노와 화성학을 배웠고 14세에 파리음악원에 피아노 전공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였고, 결국 20살에 음악원을 자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 그가 작곡한 음악들은 그의 음악적 재능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파리음악원에 작곡 전공으로 재입학을 한다. 가브리엘 포레를 사사하며 작곡 실력을 쌓았고, 그 후 발레 음악과 피아노곡들을 연달아 발표하며 음악가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 시기에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그의 작품은 한동안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라벨은 ‘쿠프랑의 무덤’을 작곡함으로써 다시 재기에 성공한다. 그 후 화려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대표작인 ‘볼레로’를 작곡한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묘사를 강조하는 드뷔시의 음악과는 달리 프랑스의 고전주의의 틀 안에서 정교한 음악을 작곡한 라벨을 두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그를 “스위스 시계장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1914년에서 1917년 사이에 작곡된 ‘쿠프랑의 무덤’은 프랑스의 바로크 작곡가 프랑수아 쿠프랑(Francois Couperin)과 18세기 프랑스 음악에 대한 경의를 표한 작품으로써 바로크 모음곡 스타일에 기반을 두어 작곡되었다. 프렐류드, 푸가, 포를랑, 리고동, 미뉴에트, 토카타 이렇게 총 6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 안의 ‘Tombeau’는 ‘무덤’이라는 뜻이지만 17세기에 흔히 사용하던 음악용어로서 “추도를 기념하는 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곡은 쿠프랑과 제1차 세계대전에서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6개 곡은 전장에서 함께하다가 희생된 6명의 동료에게 각각 헌정되었고, 악보의 첫 페이지에 그들에 대한 헌사를 적어놓았다. 또한 곡이 작곡되고 발표될 당시 세상을 떠난 라벨의 어머니를 추모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19년 푸가와 토카타를 제외한 나머지 네 곡은 라벨 자신에 의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되기도 하였다.

서정적이고도 섬세한 터치, 그리고 안정적인 템포를 요구하는 첫 곡 프렐류드(Prelude)는 반음계적인 선율과 첫 두 마디에 나오는 주제음악의 반복이 인상적이다. 제2곡인 푸가(Fugue)는 3성부로 이루어져 바로크적인 분위기와 라벨의 감수성을 동시에 표현해내야 하는 어려운 곡이다.

라벨이 화성법에서 벗어나 작곡한 작품이기도 하다. 생동감 넘치는 붓점 리듬이 특징인 제3곡 포를랑(Forlane)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춤곡이다. 지속적인 붓점 리듬이 단순하게 들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내성부는 반선율적인 굉장히 복잡한 화음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성의 색채가 라벨의 특징을 잘 나타내어준다.

제4곡인 리고동(Rigaudon)은 17세기 프랑스 궁정 음악에 자주 쓰인 아주 빠른 2박자 계열의 춤곡이다. 앞선 포를랑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로 발랄한 선율과 템포를 지닌다. 중간부는 보통 빠르기의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시 빠른 춤곡으로 돌아와 끝맺는다. 제5곡인 미뉴에트(Minuet)는 일반적인 미뉴에트 형식으로서 트리오가 포함된 양식이다.

뮈제트(Musette)라고 표기되어있는 트리오 부분은 피아노의 소프트 페달(소리를 작게 만드는 데 사용하는 페달)을 사용하여 연주해야 할 만큼 잔잔하고 조용하다. 마지막 곡인 제6곡 토카타(Toccata)는 즉흥풍의 악곡으로 화려하고 기교적인 작품이다. 빠르면서도 힘찬 진행이 군대의 행진을 연상케 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과 분위기를 가진 라벨의 ‘쿠프랑의 무덤’은 라벨이 왜 이 곡으로 재기에 성공했는지를 명백히 알 수 있게 해준다. 높은 완성도,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화성, 아름다운 선율 등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다 나타낸 듯 보인다. 라벨의 쿠프랑의 무덤을 통해 그의 음악 세계를 느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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