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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술이야기-3 영국의 'Pub', 일본 '가라오케', 한국의 '룸살롱'

김영종

세계각국 술집의 형태는 그 나라의 경제.산업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영국의 '펍(Pub)' , 일본의 '가라오케' , 한국의 '룸살롱'이 그 좋은 예다.

런던시내에 골목 어디서도 눈에 띄는 '펍'은 손님이 춤을 추는 무대까지 있으면서도 손님을 상대하는 여종업원은 없다. 하지만 술집 안에는 남녀가 거의 비슷한 숫자로 꽉차있다. 쌍쌍이 들어온 것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의 진원지는 영국이다. 경제발전이 200여년간 완만하게 진행돼 오는동안 돈 벌이, 직장내 지위등 모든 사회활동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해졌다. 여자를 돈을 주고 불러 앉힌다는 발상 자체가 아예 없다.



'가라오케'는 술마신 후 자리를 옮기지 않고 노래도 부를 수 있게 꾸며놓은 형태로 일본 첨단 전자기술의 산물이다.

패전후 국가경제 회생을 전자산업을 통해 일으킨 일본은 번호만 누르면 반주가 나오는 '연주 장치'를 최초로 개발해 냈다. 요즘의 노래방 기기다. '가짜 오케스트라=가라 오케'라고 절묘하게 이름붙인 이 기기가 70년대 일본의 거의 모든 술집형태를 이 스타일로 확 바꿔놓았다.

'룸살롱'은 한국형 고도성장의 부산물이다.
1945년 한국은 맨바닥에서 해방을 맞는다.기업이라야 고철수집상 또는 배로 홍콩.마카오등지를 오가던 보따리 장사들이 '무역회사 명함'을 겨우 내밀 무렵 6.25가 터져 나라경제는 다시 폐허가 된다.

이승만정권은 '먹을 것이 적은데 모두 덤벼들어 경쟁을 벌이면 출혈로 인해 모두 다 망한다'는 논리를 펴며 자유경쟁을 필요이상으로 제한했다.

"맥주는 네가 돈과 기술이 있으니 너희 둘(OB,크라운)만 만들어 팔고, 치약.비누는 쟤(락희화학)가 만들테니 다른 사람은 손대지 마라 "는 일방적 면허 인.허가 제도가 집행됐고 60~80년대 박정희.전두환정권으로 이어졌다. 기업의 사활은 기술개발(R&D)투자가 아니라 각종 허가권을 쥔 정치인 또는 공무원을 상대로 한 '접대 판'에서 좌우됐다.

80년대 무서운 기세로 번창한 룸살롱 수는 90년대말 서울 2500여개소 전국 5500여개소로 늘어났다. 대기업 간부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를, 하청업체 사장은 대기업 간부들을 접대하는 먹이사슬 형태의 이상한 음주문화가 생겨났다.

이와함께 정 반대방향에서 또 하나의 세계적으로 희귀한 술집형태가 한국에서 생겨났다. 바로 포장마차다.

88서울올림픽 때 맨처음 브레이크를 건 나라는 영국이다. 길거리 포장마차를 이유로 올림픽 참가거부 통고를 보내왔다.

"'상수도가 없는 옥외 간이 시설물에서 음식물을 조리한다? 음식 찌꺼기 씻은 물에 다음 고객이 먹을 그릇을 또 씻는다? 길거리 청소년들에게 ID 확인없이 마구 술을 판다? 보험도 안들고 정체불명의 돼지고기, 닭다리는 물론 심지어 개고기까지 판다? 하수도 시설도 안갖추고 구정물을 길바닥에 그냥 버린다?"

이런 천하의 미개국에 자기네 나라 고급인력(운동선수)을 함부로 보낼 수 없다는게 영국 올림픽 위원회의 참가거부 이유였다.

다급해진 한국정부는 부랴부랴 일선 시군구에 포장마차 철거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포장마차에 매달려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는 도시빈민들은 '촛불'이 아니라 아예 곡괭이에 야구방망이, 각목, 쇠갈쿠리를 들고, 단속 나온 구청직원들에게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결국 전두환정권은 "올림픽 기간, 딱 보름동안만 포장마차 리어카를 눈에 띄지않도록 숨겼다가 다시 나와서 장사하라"는 절충안을 내놓고 겨우 88서울올림픽을 치르기에 이르른다.

문제는 이 속에서 형성된 비뚤어진 술버릇이다. 포장마차에서 싼값에 만취한 술꾼들은 방금 사먹은 불결한 안주를 길바닥에 거리낌없이 토해낸다. 누구하나 탓하는 이도 없고 단속도 없다보니 대도시 도로변은 오물투성이게 악취로 범벅이 된다.

룸살롱에선 포장마차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은 가관이 펼쳐진다. 우선 돈을 돈같지 않게 펑펑 쓴다. 물론 전부 다 회사 돈이다.

스카치위스키 생산국인 영국인들은 90%가 가장 저렴한 3년숙성 위스키를 마신다.

한국은 그게 아니다. 조니워커 3년산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최소 7년숙성, 월급쟁이들도 12년숙성 짜리는 시켜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고, 행여라도 누굴 접대할라 치면 17년산에 심지어 30년산까지 서슴치않고 시켜 병째 마셔댔다.

술회사 고위간부들은 "17년산, 또는 30년산은 명백한 사기"라고 자기들끼리 말하면서도,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해야한다며 수입판매에 열을 올려, 한해 양주수입 규모가 서해대교 5개를 세우고도 남는 3조원 이상에 이르른다.

요즘 독도문제로 우리나라와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 '산토리위스키'를 자체개발, 일본내 양주시장의 70를 점유하며, 유럽양주 공략을 방어하고 있다. 대단히 치밀한 전략이 내장돼 있다. 독도문제 역시, 여기저기서 아무나, 아무렇게나 떠든다고 도움될 그런 사안이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몸에 밴 술버릇은 미국 와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LA, 뉴욕등지 한인타운 룸살롱들-. 아가씨 팁 1인당 100~200달러씩, 양주 한병 200~800달러, 안주값.웨이터 심부름값. 밴드값 따로…. 한국과 금액도 비슷같다. 한국서처럼 사업차 누굴 접대하는 것도 아닌데 순전히 '습관' 때문에 애써 벌은 제 돈을 어이없게 쓴다.

요즘 불경기로 룸살롱들이 된서리를 맞고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아가씨들을 불러올때 "월 7000불 보장에 숙식제공!" 조건도 이제 옛날 얘기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음주문화로 볼 때 소위 '2차 술집'이 쉽게 없어질 것같진 않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산업구조, 미주 한인들의 주머니 형편에 걸맞는, 저렴한 형태의 '2차 술집' 이 곧 대도시부터 나올 법도 하다. 요식,유흥업 경영자들 몫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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