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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지금 당장 뭐든 해라

"Do something now(뭐든 지금 당장 해라)."

밸런타인스데이인 지난 14일,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교내 총기난사 사건으로 14살 딸을 잃은 어머니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쏟아낸 외침이다. 아니 절규다. 딸의 장례 준비를 하고 왔다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학교에 간 딸이 총에 맞아 이 세상에 없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울분했다.

총격이 발생한 곳은 마이애미 북쪽 파크랜드에 있는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격은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쯤 시작됐다. 총격범이 많은 학생을 복도로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화재경보기를 작동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학교 퇴학생으로 학교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쏘기 위한 시도였다. 소름끼친다.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들의 사진과 신상이 실린 기사를 읽어 내려갈수록 목이 메어왔다. 차마 끝까지 보기가 힘들다. 하나같이 예쁘고, 귀엽고, 늠름하고 무엇보다 맑은 정신이 비추어져 얼굴에서 빛이 났다. 생면부지 평생 옷깃도 한번 스치고 지날 수 없을 먼 인연일지 모르는 그들의 인생이 아깝고 억울해 화가 난다.



가족들은 오죽할까. 생존자들은 하나같이 언제 또 이런 비극이 일어날 지 모른다며 두려워했다. 매일 등교하는 학교에서 총소리를 들었으니 세상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는 합법적으로 구입한 총을 들고 학교에 와서 무차별 총격을 벌였다.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들을 자랑하고 여러 차례 위협했다. 참극은 예정돼 있었지만 아무도 막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희생자와 가족들을 애도한다는 글을 남겼다. 총기규제에 대한 구체적은 언급은 아직 없다. 총보다는 정신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텍사스 주의 한 교회에서 괴한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해 무려 2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도 이것은 '총기 문제가 아닌 정신건강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더라도 총을 구할 수 없었으면 맑은 정신을 가진 17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는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입을 열었다.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 고교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파크랜드 일로 비통하지만 무력하지 않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우리의 첫 번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미국인이 원하고, 오래전 해결했어야 하는 총기규제법을 포함해서, 진심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충분히 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렸던 그는 이번에도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올해 들어 미국 내 중·고등학교에서만 4번째 총격이 발생했고 학교와 학교 부지에서 일어난 총격은 10번이 넘는다.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방탄 담요, 방탄 배낭 등 학생 용 방탄 제품들이 등장했다. 교내 총격 사건이 날 때마다 관련 제품 판매도 늘었다. '뭐 이런 것까지' 했었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면 하나 사서 들려 보내야지 싶다. 하지만 방탄 배낭을 메고 학교에 가는 아이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속이 탄다. "Do something now"란 말이 절로 나온다.


부소현 JTBC LA 특파원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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