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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애국심 중계' 올림픽 아닌 '코리아 체전'

한국 TV 3사, 선진국 빅게임 외면…우리선수만 보여줘

'쇼트트랙·컬링만 중계하지 말고 빅게임도 좀 중계해 주세요.'

'러시아-미국의 아이스하키, 미·소 냉전시대만큼 치열했다'는 제하의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댓글 600여 개 중 TV로 경기를 보지 못한 데 대한 항의가 많았다.

지난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남자예선 미국-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의 경기는 명승부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미·소 냉전시대부터 아이스하키 라이벌이다. 선수들이 수차례 주먹다짐을 했고 심판들은 이들을 떼어놓느라 진땀을 뺐다. 야구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 축구의 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경기 같은 빅게임이었다.

1만 관중석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벌어진 양국의 응원전도 뜨거웠다. 러시아 응원단이 전통복장을 입고 'red machine(붉은 기계)'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었다. 미국 팝가수 레이철 플래튼은 'USA'를 외치면서 응원했다. 북미아이스하키(NHL) 출신 일리야 코발축(35·SKA)이 활약한 OAR이 4-0 승리를 거뒀다.



▶한국 유력 종목은 3사 동시중계

그러나 한국의 팬들은 이 경기를 TV로 볼 수 없었다. 지상파 3사 SBS와 KBS, MBC는 모두 쇼트트랙 여자 1500m와 남자 1000m를 생중계했기 때문. 쇼트트랙은 국민적 관심이 가장 큰 종목이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고 싶었던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방송 3사가 똑같은 경기를 중계하는 데 대해 '전파 낭비' '국뽕 편성'이라고 비난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이 합쳐진 은어로 한국만 과도하게 응원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아이스하키 팬 김모(43·경기도 안양시)씨는 "TV채널을 돌렸는데 쇼트트랙만 나오더라. 한국에서 겨울올림픽이 아니라 세계 쇼트트랙선수권이 열리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7일 알파인스키 수퍼대회전에서 '스키여제' 린지 본(미국)의 경기가 열릴 때 지상파 3사는 남자피겨만 중계했다.

지상파 3사는 약 350억원을 나눠 지불하고 평창올림픽 중계권을 따냈다. 한 방송사 홍보팀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한국 선수가 잘하는 종목에 관심이 많다. 최민정이 금메달을 딴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 생중계 시청률은 55.4%(지상파 3사 합계)나 나왔다. TV 시청률이 광고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방송사로서는 이런 종목을 중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올림픽에서 각각 100억원 이상의 광고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한국의 금메달 유력 종목인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스켈레톤 등은 동시에 중계하기로 합의했고 아이스하키나 컬링처럼 조별리그 경기 수가 많은 종목은 3사가 번갈아 중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자 아이스하키가 단일팀으로 화제가 되고, 컬링도 선전하자 이런 원칙은 공염불이 됐다.

▶올림픽인지, 쇼트트랙 선수권인지

지상파 3개 채널 모두가 똑같은 프로그램을 중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시청료를 납부하는 공영방송제의 한국에서 모든 방송사가 다양성을 무시한 채 똑같은 프로그램을 중복 편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메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에서는 자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감동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러 종목에 걸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면서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스포츠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데 지금 국내 상황은 편협한 민족주의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BBC는 대부분 종목 생중계 원칙

영국 웨일스에 거주하는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는 "영국 BBC는 자국의 메달 획득 여부에 관계없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올림픽의 거의 모든 종목을 생중계한다. 이곳에서 윤성빈(스켈레톤)과 임효준(쇼트트랙)의 금메달 따는 모습을 생중계로 봤다. 영국은 스키 종목이 약한 편인데도 중계를 해준다"고 전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스포츠 칼럼니스트 신무광씨는 "일본은 NHK와 네 곳의 민영방송사가 올림픽 중계를 한다. 일본도 주로 자국 선수 위주로 생중계한다. 다만 TBS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를 중계하는 시간에 TV아사히는 컬링 덴마크전을 중계했다"고 전했다.

▶"공영방송은 다양한 경기 내보내야"

김정효 박사는 "상업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인 KBS는 국민이 낸 시청료로 운영된다. 올림픽 중계도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접근, 여러 종목들이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한다"고 지적했다. 광고 수입 때문에 지상파 방송국이 한국의 경기를 꼭 중계해야 한다면 각 방송사의 계열사 스포츠 채널을 통해 다른 나라의 경기를 중계하는 방법도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BBC는 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경기를 중계했다. 방송학계에서는 "다양성이 사회 발전 척도이며 국내 방송사들도 BBC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를 지나치게 응원하는 이른바 '국뽕 해설'에 대한 비판도 크다. 평창올림픽을 중계하는 방송사의 일부 해설자는 상대팀이 실수할 때 기뻐서 소리를 지르는 등 편파성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이사는 "해설위원이 지나치게 흥분해 국민에게 감동을 강요하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독일 스포츠 중계진의 경우 시청자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캐스터가 해설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거나 사실 전달에만 치중한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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