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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위험한 북미 관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 7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비핵화 후속 협상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외무성 담화에서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하며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해법에 미국과 상충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싱가포르 회담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기대 걸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해법이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단기간 내에 완전한 핵 폐기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번 북한이 단계적 동시 행동은 비핵화 단계를 여럿으로 나누어 단계마다 보상을 받겠다는 꼼수로 실패한 6자회담의 답습이다.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이 북한의 오랜 비핵화의 전략으로 결국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남한을 무장해제시키려는 전략임에 틀림없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신속하게 이행하려면 이번 협상에서 북한이 최소한 기본적 비핵화 로드맵 정도는 제시했어야 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로드맵은 감추고 종전선언과 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미군 유해 발굴 같은 비핵화와 관계없는 문제들만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종전 선언은 유엔사 해체 등과 맞물려 있어 북미 비핵화 협상과는 관계가 없다고 봐야 한다. 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도 비핵화에 당연한 조치이다.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도 이미 약속대로 이행하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에 독단적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란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다.그럼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의 특사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 인근 감자 농장을 찾는 등 현지 지도를 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이 핵 야욕을 완전히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그 시점까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완전한 비핵화'가 또 다른 암초를 만난 것 같아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위험 수위에 이른 현 상황에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사와 서면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말한 것은 석연찮은 의문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후에 나온 말이라 한미 간의 북한을 향한 온도 차가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 관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장밋빛 교류를 서두르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니 이젠 '평화가 왔다'는 축배의 잔을 들기보다는 휘몰아칠지도 모르는 광풍에 대비하는 신중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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