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혹시 이거 게임중독 아닌가요"

가당치 않을 나이에 '2048'이라는 게임에 빠져들었다. 가로 4칸, 세로 4칸의 사각 안에서 손가락으로 밀면 모든 수가 그 방향으로 밀리면서 같은 수끼리는 합산이 되고 2나 4의 새로운 수가 뜬다. 그러면서 점점 높은 수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병원에서처럼 잠시 기다려야 하는 동안에 전화로 이런 게임을 하기에 딱 좋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2048에 도달하고 나니 재미가 붙었다. 멍때리던 시간에만 심심풀이로 하던 것이 4096을 향해서 더 자주 짬이 날 때마다 했다. 4096에 도달했을 때는 "와!" 하는 탄성과 함께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화면에 축하한다며 '당신의 다음 골은 8192입니다'는 글이 떴다. 순간 기쁨은 싹 사라지고 아득한 목표를 득달하는 게임의 상술이 얄미웠다. "이젠 그만 해야지" 작심하고 전화기를 꺼버렸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 무료한 시간에 자연스레 다시 하게 되었다. 어쭙잖은 도전정신까지 꿈틀댔다. 과연 한계가 있는 사각의 좁은 범위 안에서 그게 가능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8192까지만 더 해보기로 했다.

평소에 사행심이 없다고 자부해왔던 내가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으면 슬그머니 머리맡에 전화기를 당겨서 이 게임을 한다. 처음 4096에 도달했을 때의 짜릿하던 맛은 이미 없다. 자주 그에 도달하고 8192에 도달해서도 "아하 여기까지도 되는구나!" 하는 정도다. 다음 목표는 16384라는 문구를 보자 이번엔 가는 데까지 한번 가보자는 배포 큰 마음이 생겼다.



높은 수에 도달하기까지는 수 천번의 손짓을 거쳐야 한다. 게임에는 함정의 복병이 깔려있으므로 수가 높아 갈수록 같은 수를 만들어 합산하기가 어려워진다. 가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단순한 실수로 게임은 종료된다.

초기단계에서는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수가 높아질수록 움직이지 못하는 부동수는 늘고 활용 칸수는 줄어들어 실수가 용납 안 된다. 용의주도하게 몇 수 앞까지 치밀하게 생각해 우선순위를 찾아야 하는데 이 게임은 2와 4의 합산으로 초 간단하다는 장점이 또한 맹점이다. 타성에 젖어 자칫 실수를 하면 단 몇 수 후에는 게임이 종료된다. 간단한 실수임으로 다음에는 잘 할 수 있겠다는 허망한 희망이 생긴다. 어처구니 없게도 또 다시 시작한다. 바보같이!

"이걸 어쩌나" 게임에 열중하다가 중학생 손자에게 들켰다. 높은 점수의 기록을 보고 경이롭다는 듯 크게 놀란다. 그냥 웃어주었지만 내심 가슴이 뜨끔했다. 높은 점수가 그냥 나오지 않았으니 그만큼 많은 시간을 쓸데없이 허비한 까닭에 부끄러움이 앞섰다.

일단 이쯤에서 멈추어야겠다. 혹여 나중에라도 손자에게 떳떳하게 할 말을 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전화기에서 '2048'을 아예 지워버렸다.

우리 인생도 이 게임처럼 우선순위의 가치를 잘 찾아내어 실수 없이 실행해 나가야 후회없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게다. 타성에 젖어 장점을 맹점으로 만들어 헛수를 둔다든지 말초적인 희열을 따라 가면 자충수로 얼마 못가 결국은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맞는다. 인생은 게임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


민유자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