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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문화 인프라의 힘

유럽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인 남프랑스의 여름은 어느 대도시 못지않게 북적거린다. 은퇴한 프랑스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인 니스를 비롯, 영화제로 유명한 칸, 프랑스 최대 항구 도시인 마르세유, 부호들의 호화 요트가 정박한 생트로페 그리고 세기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로 잘 알려진 작은 공국인 모나코 등의 도시들이 모여있는 남불의 지중해 연안은 ‘프렌치 리비에라’라 불리며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연중 일조량이 매우 높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지중해 특유의 음식들로 프랑스인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삶의 기쁨(Joie de Vivre)’을 누리며 마음이 행복한 삶을 꿈꾸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프렌치 리비에라를 가장 특별하게 만든 건 바로 이곳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창작을 위해 삶을 불태웠던 세기의 예술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모네, 반 고흐, 세잔, 피카소, 샤갈, 마티스, 자코메티, 호안 미로 등 역사에 남은 작가들의 예술혼과 이들이 남긴 작품들이 이곳에 남아있고, 베르나르 브네를 비롯한 현대미술 작가들이 둥지를 틀고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기에 보석처럼 쏟아지는 지중해의 햇살만큼이나 눈부시다.

그리고 이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보존·관리해오는 공공 기관과 개인 재단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남프랑스의 문화 인프라는 계속 발전해오고 있다. 국가 산하 기관인 엥스티튜 프랑세 (Institut de France)와 남프랑스 지역의 현대 미술 창작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프락(FRAC)을 비롯, 니스 근현대 미술관처럼 각 도시에서 관리하는 미술관들과 마게 재단이나 샤토 라코스트의 와이너리에 만든 조각 공원과 파리의 갤러리스트 장 가브리엘과 그의 아들 에드와르 미테랑이 만든 르 뮈의 조각 공원, 파리의 유명 갤러리스트였던 이봉 랑베르의 컬렉션 기증으로 설립된 아비뇽의 랑베르 재단 등 500㎞에 걸쳐 이어지는 미술 네트워크의 주요 기관은 현재 45곳이 넘고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남불 소재 40개 기업의 회장들이 뜻을 모아 2003년 출범한 ‘남불의 메세나 협회’는 이러한 네트워크의 융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부터 손에 잡기 딱 좋은 크기의 ‘쁠랭 쉬드 (완전한 남쪽)’ 라는 남불 미술계 안내 책자도 발행했다.

코발트보다 더 파란 지중해의 하늘과 바다라는 신의 선물, 이에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의 남긴 위대한 유산인 예술 작품들, 그리고 이를 지키고 풍성하게 만들어가기 위한 공공과 개인의 노력이 일구어낸 남프랑스의 문화 인프라가 무척 부럽다. 우리도 언젠가 우리의 남부를 이렇게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최선희 /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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