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지구촌 난민 7000만 시대…'캐러밴' 중미만의 문제 아니다

중동인 대거 몰려든 유럽 나라들
반난민·반이슬람 극단주의 대두
독일·스웨덴·헝가리 등 정치 요동
미얀마서 72만 넘어온 방글라데시
총선 앞두고 본국 송환 강력 요구
베네수엘라 경제 난민 400만 행렬
브라질 등 주변국 배타주의 득세


유엔 난민기구(UNHCR)가 발행하는 소식지 글로벌 포커스는 최근 전 세계 난민이 3000만 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UNHCR이 직접 관리하는 난민 2540만 명에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 사업기구(UNRWA)가 관리를 대행하는 난민 580만을 합치면 3120만 명에 이른다. 등록·미등록 난민과 망명 신청자 거주지에서 쫓겨나 국내를 떠도는 사람을 합친 전 세계 실향민은 6850만 명~7149만 명으로 추산된다. 박해·분쟁·폭력·인권유린 등으로 사는 곳을 떠나야 했던 모든 사람의 숫자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난민은 구호나 지원 문제를 넘어 각국 정치를 좌우하는 '거대한 괴물'로 변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종·종교·문화 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하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난민 집단이 시리아 난민들이다. 출신국 별로 따지면 가장 큰 규모다.

시리아 최대 규모 난민 발생



UNHCR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은 등록자만 540만 명에 이르며 유엔은 등록·비등록을 합쳐 모두 630만 명으로 추산한다. 시리아 난민은 국경을 맞댄 터키에 354만 명(등록 난민) 레바논에 220만 명(등록 난민 100만 명) 요르단에 126만 명(등록 난민 66만 명)이 각각 머물면서 지속해서 유럽으로 이주해왔다.

이러한 시리아 난민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 난민의 유입은 유럽 정치의 지형도를 급격하게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이 터키와 그리스를 거쳐 유럽연합(EU) 국가로 대거 유입되면서 각국 여론이 첨예하게 갈려 정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를 활용해 난민 반대를 외쳐온 극우정당들이 독일·스웨덴·헝가리 등에서 약진하면서 기존의 중도 좌우 대결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민주당이 지난 9월 9일 총선에서17.7%를 득표해 제3당으로 부상했고 헝가리에선 올해 4월 총선에서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반난민 극우정당인 피에스(청년민주동맹)가 48% 득표를 했다.

사정은 서유럽도 마찬가지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선 3월 총선에서 반난민·반이슬람을 외친 극우정당 '동맹'이 17.4%의 지지율을 얻어 우파 연정의 핵심이 됐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26% 득표로 제3당이됐다.

유입 난민을 둘러싸고 온정주의와 배타주의가 서로 충돌하면서 정치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가 독일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2월로 예정된 기독교민주당(CDU) 당 대회에서 당대표직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메르켈이 현 임기가 끝나는 3년 뒤 총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다. 거물 정치인 메르켈이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난민 문제를 둘러싼 국론 분열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 기독교 문명에 대한 위협"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반난민을 외치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득표율 13%로 제3당에 오르자 메르켈은 이들을 배제하고 우파 기민당·기사당(CSU)과 좌파 사회민주당을 포함하는 좌우 대연정을 구성했다. 문제는 대연정 내부에서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난민에게 비판적인 기사당의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난민에게 우호적인 메르켈과 계속 충돌했다.

미얀마에 거주하다 추방당해 이웃 방글라데시와 태국 등지로 피신한 120만 로힝야족 중 72만 명이 머무는 방글라데시에서도 난민이 정치적 변수가 되고 있다. 최근 이들이 몰려 사는 동남부 콕스바자르 주변 현장을 찾았더니 난민촌은 국제인도주의기구의 물질적 지원과 방글라데시 적신월사 자원봉사자들의 노동력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로힝야 난민의 일부인 485가족 2260명이 15일부터 송환되기 시작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를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해 추방 과정에서 1만 명 정도의 로힝야족이 사망했음을 지적하며 일부 난민이 송환을 우려해 난민촌을 탈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상 명목금액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1602달러에 불과한 방글라데시는 난민을 품을 여력이 없다고 계속 호소해왔다.

중남미도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UNHCR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1999년부터 3150만 명의 인구 중 300만~400만 명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에 이르는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연이어 집권하면서 벌어진 실업·빈곤·물자부족·물가폭등·영양실조·범죄·인권유린 등 총체적인 경제.사회 붕괴가 원인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통계상 원유 매장량 세계 2위의 산유국이지만 정권의 포퓰리즘·무능·부패를 감당할 수 없었다. 베네수엘라인들은 특히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에 100만 명 페루에 40만 명 브라질에 7만 명이 각각 몰려있다.

경제 난민인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국의 눈길은 그리 곱지 않다. 특히 브라질에선 10월 치른 대선에서 이슈가 됐다.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 소속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난민·여성·인종·동성애자·원주민 차별을 주장하며 과거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그가 당선한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난민에 대한 반감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난민 출신 2명 연방하원 당선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선 반이민 정책을 펼쳐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옐로카드'가 나왔다. 6일 중간선거에서 난민 출신을 포함한 무슬림 여성 2명이 처음으로 연방하원의원에 당선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소말리아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미니애폴리스를 포함한 미네소타주 제5 선거구에서 당선한 일한 오마르(37)는 첫 난민 출신 연방하원의원으로 기록된다. 오마르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태어나 소말리아 내전이 확대된 91년 부모와 함께 이웃 나라인 케냐로 탈출해 난민촌에서 살다 9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시간주에서 당선한 라시다틀레입(42)은 부모가 팔레스타인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둘 다 주류 정당인 공화당이나 민주당에서 공천받지 못하고 오마르는 미네소타 민주 농민노동자당 틀레입은민주 사회주의자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물론 이들이 지역 주민을 대표할 만한 능력이 있기에 당선했겠지만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저항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의 긍정적인 사례는 여전히 '찻잔 속의 촛불' 수준일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쟁·기아·가난·인권유린의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가능성이 여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