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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돈 모이는 플레이오프 '황금알 낳는 거위'

메이저리그 닮아가는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경제학

총 입장 수입 86억 중 47억 배분
지난해 우승팀 두산 28억 챙겨
주요 선수는 억대 포상금 챙겨
티켓 2차 거래시장 새 가치 창출
토너먼트제, 중계권 세분화 필요


스포츠에는 '우승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고,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아 나온 말이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우승은 돈 주고 살 수 없다.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우승팀 두산 베어스는 우승 배당금으로 28억3996만원을 받았다.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지난해 프로야구 우승의 금전적 가치는 적어도 29억원은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총 입장수입은 86억3453억원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포스트시즌 입장 수입 중 경비와 유소년 발전기금 등을 제외한 금액을 포스트시즌 진출팀에게 배분한다. KBO가 따로 챙기는 금액은 전체의 40%다. 지난해의 경우 45.18%를 제외한 나머지를 배분했다.

KBO는 이를 정규리그 우승팀, 포스트시즌 각 단계별 진출팀에게 차등 배분한다. 지난해 총 배분금액은 47억3327만원이었다. 이중 20%(9억4665만원)를 페넌트레이스(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이 챙겼다. 그리고 남은 금액을 한국시리즈 우승팀 50%, 준우승팀 25%, 플레이오프(PO) 탈락팀 15%, 준플레이오프(준PO) 탈락팀 10% 순으로 나눠 가졌다. KS 우승팀 두산은 18억9331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두산은 지난해 KS에서 NC 다이노스를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물리쳤다. 두산으로선 4경기를 치르고 약 19억원을 벌었으니, 경기당 5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린 셈이다.



▶2012년 입장수입 처음으로 100억 돌파

올해부터는 2~4위 배당금에서 1%씩 떼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팀(5위)에게 배분(3%)한다. 올해 입장 수입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우승 배당금은 대부분 선수단에 돌아간다. 우승할 경우 모기업에서 주는 보너스도 있다. 주축 선수의 경우 억대 포상금을 챙길 수 있다.

역대 포스트시즌 가운데 입장 수입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2년이다. 15경기에 36만3251명의 관중이 모였다. 입장 수입이 사상 처음 100억원(103억9222만원)을 넘었다. 당시 삼성이 SK 와이번스를 꺾고 우승했다. 정규시즌과 KS를 동시 제패한 삼성은 37억3655억원을 손에 쥐었다.

지난 5일 SK와 NC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창원 마산구장에는 1만10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롯데 자이언츠와 NC의 준PO 5경기 관중은 9만8033명이었다. 1·3·4차전이 매진됐고, 좌석 점유율은 98%였다. 당초 인터넷 예매분은 판매 시작 20분 만에 5경기 모두 매진됐다. 경기 전 암표상들도 등장했다. 준PO 1차전 부산 사직구장의 1만5000원짜리 외야자유석 티켓은 현장에서 4배가 넘는 7만원에 판매됐다. 인터넷 티켓거래 사이트에서는 13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그런데 전 경기 매진 달성에는 실패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PO 1차전(2만4354명)과 2차전(2만3037명) 모두 빈 자리가 있었다. KBO는 2009년부터 포스트시즌 티켓 판매를 100% 인터넷 예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매 취소분이 발생했을 때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장 판매한다. 현장에서 표가 다 팔리지 않아 매진에 실패한 것이다. 예매표 취소의 주범은 암표상일 가능성이 크다. 암표상들은 미리 티켓을 확보해 매진이 됐을 경우 웃돈을 받고 판매한다. 하지만 판매를 다 하지 못할 경우 예매를 취소하고 환불받는다.

해외에서는 스포츠 티켓의 2차 거래 시장(secondary market)이 활발하다. 암표 같은 음성적인 티켓 거래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포츠 티켓의 2차 거래 시장은 약 5조5000억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차 거래 시장의 수요가 많다. 포스트시즌의 경우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지난해 2차 시장에서 거래된 월드시리즈 티켓의 평균 가격은 400만원이 넘었다. 최초 티켓 구매자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얻고, 2차 거래 중개업체는 수수료를 받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지하 경제 양성화의 모범사례다.

▶경기 수 늘려야 시즌 수익 극대화

한국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메이저리그 공인 티켓 거래 사이트인 스텁허브가 지난해 국내에 진출했다. 중고물건 거래 사이트가 재판매 중개자 역할을 해 왔지만 안정성이 떨어졌다. KBO도 이달 초 'KBO 리세일'이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 앱에서는 검증된 티켓만 거래할 수 있다. 재판매 가격도 정가의 130%로 제한했다.

포스트시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돈도 모인다. 포스트 시즌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경기 수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경기 수를 늘릴 수만은 없다. 그래서 현재 사다리 방식의 포스트시즌을 토너먼트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KBO리그는 정규시즌 4~5위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여기서 이긴 팀이 3위와 준PO를 치른다. 준PO 승리팀은 2위와 PO를 치르고, PO 통과팀과 1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고 다툰다. 1위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다.

지난 5년 가운데 2013년 두산(3위)을 제외하고 모두 정규시즌 1위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차지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정규시즌 승률 1위팀도 디비전시리즈(5전 3승제)부터 단계를 밟아야 한다. '한국의 야구 경제학'을 쓴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시즌 1위팀과 4위팀이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펼친다면 우승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팬들의 집중도가 높아진다.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건 KBO의 몫이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TV 중계권 계약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구분이 없다. 이영훈 교수는 "가치가 서로 다른 경기에 중계권료가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가치가 높은 포스트시즌 중계권을 따로 떼어내 판매한다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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