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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아트 투어…클림트 서거 100년, 황금빛 '키스'의 도시 빈을 거닐다

[LA중앙일보] 발행 2018/08/17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8/08/16 17:02

쉴레·모저·바그너 등 서거 100주년
빈 곳곳의 박물관·미술관서 특별전

미술·건축·문학·공예 등 각 분야
귀족에서 시민으로, 예술운동 현장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를 감상 중인 관람객들.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를 감상 중인 관람객들.

오스트리아 빈은 역사적인 건축물과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빼곡한 도시다. 오늘날의 빈을 이루는 많은 문화유산은 1900년 전후 한꺼번에 탄생했다. 윗세대와 단절을 선언한 '분리파' 예술가들이 혁신적인 예술활동을 펼친 '빈 모더니즘' 시기였다. 화가 구스타브 클림트(1862~1918)와 에곤 쉴레(1890~1918),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1868~1918)와 건축가 오토 바그너(1841~1918)는 19세기 말 빈을 전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들어 놓고 우연히 같은 해 세상을 떠났다. 오스트리아는 빈 모더니즘 선구자들의 서거 100주년인 올해를 '빈 모더니즘 100주년'으로 기리고 있다. 빈에서 그들의 유산을 만나고 왔다.



클림트를 만나는 도시

빈의 명소들은 빈 중심가를 한 바퀴 도는 순환도로 주변에 모여 있다. 1848년 즉위한 합스부르크 왕국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자신이 세운 신작로 '링도로'를 따라 화려한 건축물을 세우는 데 열을 올렸다. 고딕·바로크·르네상스 등 과거의 건축양식을 총동원했다. 그 시절 빈을 지배하던 '과거로부터 배운다'는 '역사주의' 철학에 입각한 구호였다.

1.클림트의 대표작 '키스' '유디트' '아담과 이브'등 총 24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벨베데레 궁전. 2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와 빈 공방의 작품들. 3 오스트리아 대표 건축가 오토 바그너가 디자인 한 카를스플라츠 구역사. [사진 레오폴트 박물관, 빈 관광청]

1.클림트의 대표작 '키스' '유디트' '아담과 이브'등 총 24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벨베데레 궁전. 2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와 빈 공방의 작품들. 3 오스트리아 대표 건축가 오토 바그너가 디자인 한 카를스플라츠 구역사. [사진 레오폴트 박물관, 빈 관광청]

역사주의에 반기를 든 예술가 집단이 구스타브 클림트를 좌장으로 한 '분리파'다. 1897년 결성된 분리파는 새로운 예술 '아르누보(Art Nouveau)'를 고민했다. 역사주의와 분리파 예술이 서로 끌어안고 있는 빈은 그래서 겉과 속이 달라 보인다. 으리으리한 역사주의 건축물 내부로 들어서면, 역사주의와 단절을 외친 분리파 예술가들의 작품이 채워져 있다.

링도로 남쪽을 걷다 보니 이슬람 사원 같은 건물이 나타났다. 분리파의 성전과 같은 미술관 '제체시온' 이다. 클림트는 '예술만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했던 베토벤을 분리파의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 그리고 1902년 제체시온에서 열린 전시회 때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악장별로 재해석한 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공개했다. 첫 공개 당시 작곡가 말러가 지휘한 '합창'의 마지막 악장 '환희의 송가' 연주가 제체시온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입장료 9.5유로(약 11달러).

클림트를 더 깊이 만나려면 근현대미술 전시관으로 변모한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해야 한다. 궁전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클림트의 '키스'였다. 벨베데레는 '키스' 외에도 '유디트' '아담과 이브' 등 클림트의 주요 작품 24점을 소장하고 있다. 하나같이 여성의 감수성과 내적 욕망을 파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엄숙하고 근엄한 역사주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입장료 15유로(약 17달러).

박물관 거리 '무제움스 큐바르티어(MQ)' 한편에 '레오폴트' 박물관이 있다. 11월 4일까지 에곤 쉴레 특별전을 연다. 에곤 쉴레도 클림트의 영향을 받아 성적 욕망의 표현들이 강렬하다. 대표작 '발리의 초상'과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오랜 뮤즈였던 소녀 발리와 자신을 그린 그림이다. 입장료 13유로(약 15달러).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

빈 모더니즘의 실체를 '오스트리아응용미술관(MAK)'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클림트가 다닌 '빈 공예학교' 바로 옆 건물이다.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와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이 주도해 19세기 말 유럽의 공예문화를 혁신했던 '빈 공방'의 컬렉션으로 가득하다. 클림트의 자필 메모가 선명한 벽화 '생명의 나무'의 도면도 전시돼 있다. '생명의 나무'는 빈 공방이 건축과 인테리어를 맡은 브뤼셀의 슈토클레트 저택에 그린 벽화다.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 중 하나인 '토넷의자'도 MAK의 주요 소장품이다. 토넷의자는 빈의 가구업자 '미카엘 토넷'이 나무를 구부리는 '벤트 우드(Bent Wood)'기법을 적용한 최초의 대량생산 가구다. 토넷의자의 심플한 형태는 근대 디자인의 상징이 됐다. 온갖 토넷의자를 모아 그림자극처럼 연출한 전시 방식도 흥미로웠다. 입장료 12유로(약 13.60달러).

빈 모더니즘을 이끈 또 한 명의 예술가 오토 바그너의 숨결은 빈 곳곳에 흐르고 있다. 빈을 여행하다 보면, 왕족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예술을 추구했던 바그너의 공공건축을 결코 피해갈 수 없다. '칼 플라츠역' 등 30여 개 전철역사와 '우편저축은행' '암 슈타인호프 교회' 등에 바그너의 이념이 깃들어 있다. 요한 스트라우스, 슈베르트 등 음악가의 동상이 한데 모인 시민 공원 슈타트파르크에도 그의 손길이 미쳤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개천의 수변 공간을 우아하게 디자인한 건축가가 바그너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위대한 음악가를 만나러 가는 공원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 시민 속으로, 일상으로 파고들었던 예술 운동 '빈 모더니즘'은 멀리 있지 않았다.

빈(오스트리아)= 유주현 객원기자



◆빈 모더니즘

1900년 전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어난 다원적인 전위예술 운동. 650년을 이어온 합스부르크 체제가 저물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과정에 문학·미술·건축·공예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연대해 빈을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시민 계층이 주도해 왕가와 귀족 중심의 권위주의 예술 탈피를 선언한 문화 현상이다.
클림트가 제체시온에 남긴 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관람하는 여행객들.

클림트가 제체시온에 남긴 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관람하는 여행객들.

빈 분리파의 성전과도 같은 제체시온. 1898년 건축가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가 디자인했다.

빈 분리파의 성전과도 같은 제체시온. 1898년 건축가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가 디자인했다.

에곤 쉴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레오폴트 박물관. [사진 벨베데레 궁전·빈관광청]

에곤 쉴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레오폴트 박물관. [사진 벨베데레 궁전·빈관광청]

구스타프 클링트 작품 '유디트'.

구스타프 클링트 작품 '유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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