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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트립, 뉴욕에서 아케이디아 국립공원까지

메인(Maine)주는 변방이다. 하지만 동부 미국인들이 플로리다 다음으로 즐겨 찾는 휴가지가 메인주다. 또 메인주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은 다시 찾고 싶은 국립공원 단골 1위로 조사된다. 어떤 매력 때문일까. 그 답을 찾아 떠났다. 10월 초. 3박 4일 일정. 뉴욕,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메인주 등 5개주 1100마일을 달리는 로드트립이다. 뉴욕서 학교 다니는 대학생 아들과 함께 했다.

# 보스턴, 맨체스터 바이 더 시

뉴욕시에서 아케이디아 국립공원까지는 거의 500마일이다. 쉬지 않고 올라가도 8~9시간 쯤 걸린다. 하지만 일 하러 가는 것 아니니 서두를 것 없다. 숙소도 예약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그래도 걱정 없다. 로드트립 아닌가. 가다 오다 마음 내키는 곳, 발길 닿은 곳 어디든 멈추고 쉬면 된다.

첫날, 오전 일을 보고 맨해튼에서 오후 늦게 출발, 보스턴까지 갔다. 보스턴은 미국 역사의 출발지이자 35개의 대학을 품고 있는 대학 도시다. 며칠을 살펴도 다 못 볼 곳이지만 이번엔 한인타운(하버드 애비뉴) 들러 밥 먹는 걸로 만족했다. 여기만 해도 타지라고 한국 식당, 한국 빵집, 한국 치킨 등 한글 간판들이 반갑고 편안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맨체스터 바이 더 시(Manchester by the Sea)라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 들렀다. 케네스 로너드 감독의 2016년 동명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다. 보스턴서 1시간 남짓 거리. 예쁜 기차역과 작은 배들 정박해있는 잔잔한 만(灣)이 정겹다(사진 6). 소담한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먹었다. 창밖으로 노부부가 개와 함께 걷고 있다. 초콜릿 가게를 기웃거리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도 보인다. 여유로운 풍경이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제 더는 한눈 팔지 말고 달리기로 했다. 95번 고속도로도 더는 밀리지 않았다. 메인주 최대 도시 포틀랜드 이정표가 보인다. 오리건주에 있는 포틀랜드와 같은 이름이다. 1800년대 서부 개척시대. 오리건의 한 개척지를 두고 당시 보스턴 출신과 메인주 포틀랜드 출신 개척자가 서로 자기 고향 이름을 붙이려고 했다. 결론이 안 나자 동전 던지기를 했고 결국 포틀랜드 출신이 이겼다. 오리건에도 포틀랜드라는 도시가 생긴 유래란다. 믿거나 말거나. 시내로 들어가 볼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다. 메인주에서 가장 풍광이 좋다는 헤드등대(Head Lighthouse)를 못 본 것이 아쉬웠다.

#. 오거스타, 바 하버

조금 더 달려가니 메인주 주도 오거스타가 나왔다. 장시간 운전에 굳은 몸도 풀 겸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조용하고 아담한 도시다. 그래도 장엄한 돔 형식의 주 의사당 건물은 위풍당당했다(사진 4). 의사당 바로 옆 주립 박물관도 기대 이상이다. 메인주의 역사와 자연, 풍물을 꼼꼼히 재현해 놓아 입장료 3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요즘은 구글맵이 효자다. 아무리 낯선 길도 어떻게 가야 할지, 몇 시간 걸릴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목적지가 가까워오면서 몇몇 숙박업소를 기웃거려 봤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미련 갖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연휴 낀 주말이라 반경 50마일 내에는 빈 방이 없을 거예요." 모텔 직원이 안타깝다는 듯 일러 준다. 어쩔 수 없다. 아들 녀석 젊고, 나 아직 팔팔하니 하룻밤 쯤 차에서 자는 것도 멋진 추억일 터. 그렇게 작정 하니 마음도 편하고 여유도 생긴다.

오후 5시쯤 마운트데저트섬(Mount Desert Island)에 들어섰다. 드디어 매년 3200만 명이 찾는다는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이다(사진 3). 숨이 턱 막힐 만큼 압도적인 단풍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살짝 이른 것 같았다. 어두워질세라 3번 도로를 따라 부지런히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사위어가는 석양빛에 바닷가 마을이 고즈넉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다 바람에 깎인 해안 절벽은 노을에 물들며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있었다.

변방의 가을 해는 짧다. 사방이 깜깜해졌다. 헤드라이트를 하이빔으로 켜고 섬 안 최대 도시 바하버(Bar Harbor)로 찾아 들었다(사진 2). 예쁜 호텔과 식당, 선물가게와 바, 커피숍이 즐비했다. 상가 불빛은 화려했고 사람들은 북적였다. 오늘 저녁은 메인주 특산 랍스터다. 관광지 한복판이라는 게 좀 걸렸지만 그래도 제일 잘 한다는 식당을 검색해 찾아갔다. 초만원. 50분 대기. 이름을 적어두고 길로 나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금세 시간이 갔다. 막 쪄낸 뜨끈한 랍스터 두 마리. 지역 특산 수제 맥주를 곁들이니 이런 호사가 없다.

밤 10시. 해안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잘 채비를 했다. 뒷자리 의자를 접고 누우니 텐트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아스라이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화장실이 곁에 있고 경찰서도 가까이 있어 오히려 편안한 밤이었다.

#. 아케이디아 국립공원

셋째날.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났다. 해발 1530피트 캐딜락마운틴. 공원 안 17개 산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미 본토에서 가장 먼저 아침 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아뿔사. 짙은 안개에 비까지 내린다. 사흘을 달려 온 보람도 없이 천하제일 일출 감상은 물 건너 가고 말았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꼬불꼬불 비탈길을 따라 정상까지 차를 몰았다. 안개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 결국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중턱쯤 이르니 문득 안개가 걷힌다. 발 아래 펼쳐진 놀라운 전경. 점점이 떠 있는 섬과 대형 크루즈 유람선, 호수, 그리고 멀리 바하버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꿩대신 닭이라고 이렇게라도 일출 못 본 아쉬움을 달래본다.

좀 더 내려오면 아케이디아 최고 명소 조던 폰드다. 서부에선 아무리 작아도 레이크(호수)라고 하는데 여기는 이렇게 넓은 데도 폰드(연못)라니, 흔하면 뭐든지 이렇게 평가절하되는가 보다. 호수 둘레 2.5마일을 다 돌지는 못하고 20여 분 살짝 맛만 보았다. 이곳엔 호수 자체보다 더 유명한 레스토랑 '조던폰드하우스'가 있다. 130년 이상 된 유서깊은 식당이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간 게 죄다. 문도 열지 않은 식당, 인적 없는 잔디밭에서 사진만 찍고 나왔다.

샌드비치도 빠뜨릴 수 없는 코스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애걔, 이거야?" 할 정도로 작고 초라했다. 그래도 다들 좋다고들 사진을 찍고 있으니 뭐든 받아들이기 나름인 듯. 인근의 선더홀(Thunder Hole·사진 1)도 같은 느낌이다. 해안 좁은 바위 틈으로 파도가 밀어닥치면 천둥처럼 큰 소리를 내며 물길이 솟아 오르는 곳이라며 그토록 과장된 이름을 붙였을 터. 하지만 이름값보다는 하하호호 웃어대는 사람 구경이 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선더홀 주변은 해안 절벽 사이를 여유롭게 하이킹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가파른 산길을 열심히 올라가는 하이커들도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아케이디아 역시 제대로 즐기려면 저렇게 여유를 가지고 와야겠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차를 돌렸다. 내려오는 길은 1번 도로를 선택했다. 태평양을 끼고 달리는 1번 해안 도로가 캘리포니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듯 메인주 1번 도로도 그랬다.

마지막 날 밤은 코네티컷의 한적한 해안도시에서 묵었다. 만 3일, 1100마일을 달렸다. 일일이 언급은 안했지만 들른 도시만 예닐곱 곳이다. 식사는 첫날 저녁 한끼 빼고 모두 양식. 잠자리도 이틀은 침낭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야 말로 '사서 고생'이었다. 이런 게 재미고 추억이다. 장성한 아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더 소중했다. 좁은 차 안에서, 부자지간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갔겠는가. 이렇게 또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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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정보

1. LA에서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을 가려면 보통은 뉴욕이나 보스턴까지 비행기로 가서 차로 이동한다. 렌트카를 이용하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보스턴 공항에서 아케이디아 국립공원 인근 트렌튼까지 가는 항공편도 있다. 트렌튼 공항에서 국립공원 내 바하버까지 셔틀버스가 있다.



2. 메인주 하면 랍스터다. 미국 내 공급되는 랍스터의 90%가 메인주에서 잡힌다. 싸게, 푸짐하게 먹으려면 마운트데저트섬 들어가기 전 트렌튼 마을이 괜찮은 편 길가에 장작불로 랍스터 쪄 주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사진 5) 직접 고르는 재미, 장작불에 익어가는 것을 기다리는 재미가 크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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