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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세월이 만든 빗살무늬 비경 '앤틸롭 캐년'

백종춘 객원기자
백종춘 객원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3/22 미주판 29면 기사입력 2019/03/21 17:50

비바람에 깍인 지하 협곡의 비경
어떤 앵글도 작품…사진가의 천국

억겁의 세월동안 붉은 사암의 협곡을 홍수가 쓸고 지나가면서 부드럽고 우아한 빗살무늬의 비경을 만들어 냈다. 보기에 따라선 인디언 추장 옆 모습도, 붕대를 감은 미이라의 얼굴도 나타난다. 구절양장의 400여 미터는 조물주의 전시장과도 같다.

억겁의 세월동안 붉은 사암의 협곡을 홍수가 쓸고 지나가면서 부드럽고 우아한 빗살무늬의 비경을 만들어 냈다. 보기에 따라선 인디언 추장 옆 모습도, 붕대를 감은 미이라의 얼굴도 나타난다. 구절양장의 400여 미터는 조물주의 전시장과도 같다.

인디언 추장의 옆 얼굴 모습.

인디언 추장의 옆 얼굴 모습.

어디에도 그런 비경이 없으리라 여겨질 만큼 사위는 살풍경 그대로다. 붉은 모래가 뿌려진 듯 황야는 메말랐고, 등 뒤로는 하늘로 끊임없이 구름을 피워 올리는 발전소가 스산함을 더하고 있다.

이윽고 조금 전까지 방문자용 휴게소를 짓느라 뚝딱거리던 작업자들 중 하나가 지명을 받아 가이드로 나선다. 묻지 않아도 나바호족임을 무뚝뚝함으로 웅변하는 가이드는 짧은 인사 끝에 일행을 이끌고 사막으로 들어선다. 전국에서 몰려온 이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천연 사암 협곡으로 이미 인터넷 세상에서는 서부 최대의 비경 중 하나로 자리잡은 앤틸롭 캐년(Antelope Canyon)이다.

이곳은 애리조나주 북쪽 유타주의 접경지역인 나바호 네이션(Navajo Nation).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그리고 유타 일대에 걸쳐 터전을 삼고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인 나바호족의 자치국으로 그 면적이 한국의 70%에 해당하는 7만1000㎢에 이른다. 전체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수가 565개나 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한 때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불리던 것을 '국가'로 선포(?)하고, 일정 부분 자치권을 인정받아 자치국으로 자부심을 키워가고 있다. 이곳 역시 모뉴먼트 밸리와 함께 나바호 공원국이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곳 중의 하나다. '애리조나의 심장', '나바호족의 영혼' 또는 '사진가들의 천국' 등 수식어도 거창하다.

잠시 후 일행은 지하세계로 연결되는 듯한 좁고 가파른 철계단에 이르렀다. 아직 정오의 햇살이 비치기엔 이른 시각이라 아래는 어두침침하다. 지상에서 겨우 30여 미터나 내려왔을까. 가파른 절벽이 서로 닿을 듯 붙어 있으니, 어떤 곳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듯 좁다. 잠시 후 일행들에게서 하나 둘 탄성이 흘러나온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여행자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여행자들.

한두 걸음만 떨어져도 일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협곡은 구절양장인데, 지상에서는 상상도 못할 비경이 모퉁이마다 이어진다. 가히 점입가경이다. 얼굴을 붕대로 감은 미이라가 서 있는가 하면,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절벽 가운데로 얼굴을 내밀고 있기도 하다. 가이드가 손짓하는 곳에는 인디언 추장의 옆 모습이, 다음 모퉁이에선 영화 주인공 닌자 거북이의 얼굴도 툭 튀어 나와 있으니, 신묘하기가 이를 데 없다.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대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다.

평균 깊이 120피트(37미터), 전체 길이는 1335피트(407미터)에 불과한 이 협곡은 조물주의 전시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세상의 모든 형상을 모아 놓은 듯 들이대는 앵글마다 저절로 작품이 된다. 억겁의 세월동안 비바람에 씻기고 깎여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운 빗살무늬가 새겨졌다.

하지만 이곳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이 대자연의 걸작에 걸맞는 복병이 숨어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걸작을 탄생케 한 갑작스러운 홍수가 그것인데, 1997년에는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에서 온 여행자 11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아주 적은 양의 소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골짜기는 인근의 물을 빨아들이는 깔때기 역할을 해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났던 것이다. 이후 해양대기청으로부터 수신되는 경보시스템을 설치해서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가이드를 따라 이곳저곳을 올려다 보다보니, 어느새 입구에 이르렀다. 1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여름 성수기에는 밀려드는 인파로 시간이 짧아진다고 가이드가 귀띔한다.

이곳 앤틸롭 캐년은 상부(Upper)와 하부(Lower)로 나뉘어져 있는데, 좁은 대신에 신비감과 재미는 하부 캐년이, 상부 캐년은 넓기도 하고, 사진작가 전용 투어가 개설돼 있어 사진작가들의 성지로 불린다. 시간도 길고, 붐비지 않는 대신 입장료 또한 비싼 편이다.

드디어 지하세계의 모험을 끝내고 지상으로 나왔다. 한 사람이 겨우 빠져 나올 정도의 좁은 틈새로 밖으로 나와보니, 신비롭기가 새삼스럽다. 밖에서 보니, 단지 좁은 틈새만 이어져 있을 뿐, 지하세계의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가는 길에 들러볼까

호스슈 벤드

로키산맥에서 발원한 콜로라도강이 억겁의 세월 동안 계곡을 말발굽(HorseShoe) 모양으로 깎아서(Bend) 아름답고도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다. 돌아간 각도가 270도, 절벽 가장자리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까지의 높이는 1000피트에 이른다. 최근 일부 구간에 난간이 생겼지만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인접한 마을 페이지(Page)로부터 4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글렌캐년 댐

유타주와 애리조나를 가르며 흐르는 콜로라도강의 글렌캐년을 막아서 만든 댐으로 1956년 착공해서 1966년까지 준공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후버댐을 지으면서 생긴 미드호수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인공호수인 파웰호수가 생겨났다. 수력발전으로 얻어진 전기를 500만 명에게 공급하고 있다. 비지터 센터와 그 앞에 전시된 공룡 발자국 화석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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