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의 새로운 시도
세계 3차 대전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총을 들이대고 핵폭탄을 쏘아 올리던 나라와의 싸움에서 이젠 바이러스 하나가 일시적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에 침투해 소리 없이 온 세계를 뒤흔들며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가고 있다. 전쟁으로 잃은 인명보다 이번 팬데믹으로 잃은 생명이 더 많다는 것이 놀랍다.
‘자가 대피령(Stay at Home)’이 떨어지며 시작된 '집콕’ 생활이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주 5일 직장생활을 했던 나에겐 엄청난 큰 변화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온종일 유튜브와 넷플렉스를, 또 코로나 사태 업데이트 뉴스를 본다. 직장생활보다 부엌일이 하기 싫은 나에게 삼시세끼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나의 팬데믹이다. 백종원 요리 채널을 보며 무엇을 먹을까, 남편 저녁으로 무엇을 만들까 연구하는 게 요즘 세태가 만든 나의 새로운 시도다.
머리와 손, 모든 것이 쉼을 얻었다. 그리고 다시 머리가 일을 시작하란다. 하루에 방 하나씩 뒤집었다. 서랍 속까지 뒤집어 꼭꼭 숨겨져 있던 물건들을 꺼냈다. 살이 쪄서 입지 못했던 옷들과 남 주기 아깝고, 그렇다고 언제 입을지 기약 없는 것들도 과감하게 모아 굿윌에 가져다 주었다.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으니 마음도 서랍장도 가벼워졌다. 언제 또 채워질지는 모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고 뿌듯하다.
이층 방, 3개를 뒤집고 청소가 끝난 후 아래층의 부엌과 거실로 내려온다. 음식을 전혀 해 먹지 않을 것 같은 깨끗한 카운터톱은 나의 로망이다. 카운터톱 위에 올라와 있는 물건들을 다시 캐비닛 속으로 집어넣는다. 쥐꼬리만한 앞마당 청소도 한다. 앞뒤로 정체성 없이 튀어나와 퍼머 머리가 되어 버린 화초를 모두 뽑았다. 흙 위에 세워만 있으면 자라는 ‘Succulent plant’은 내가 좋아하는 화초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혼자 잘 자라는 그런 화초. 난 그런 사람이 좋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잘 크고 성장하는 성격 좋은 사람. 새로 뒤집어 깨끗하게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시키니 하나님이 천지창조 때 했던 “보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의 조그만 화단. 내가 만들어낸 공간, 행복과 기쁨이 공존하는 공간. 이번 팬데믹이 만들어낸 또 다른 새로운 시도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안타깝지만 팬데믹 사태가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 뉴노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항상 뒤를 보고 앞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듯 살았다. 경제회복이 더딘 이때를 잘 이용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뉴노멀이라는 렌즈로 갈아 끼워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이거나 만져질 수 없다. 그것들은 오직 마음속에서 느껴질 것이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닫힌 문을 너무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라는 헬렌 켈러의 말에 담긴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김자넷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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