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양로원이 미니멀리스트
남은 건작은 침대와 담요 하나
밥과 국 반찬을 함께 담는 식판 하나
유행 타지 않는 환자복 한 벌 뿐입니다
사치라면
식사 때마다 먹는 정체불명의 약들
가끔씩 나오는 요쿠르트 한 병
일생 한 번도 바란 적 없던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가졌던 것들
차례차례 떠나 보내면서도
찾아오는 사람의 수는
소유와 정비례한다는 세상이치를
아직도 다 깨우치지 못하고
오늘도 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이제는 평행 함께해 온 팔과 다리 눈과 귀도
더 이상 함께 살기 힘들다며
경고장을 보내온 지 오래니
조만간
이 몸도 버리고
떠나야겠지요
황박지현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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