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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앞세웠지만 손님도 상인도 다 놓쳤다

LA한인축제 이대로 괜찮나 <상>
유료공연 후폭풍

올해 최초로 공연 티켓 판매
이틀 합쳐도 1000장 못 미쳐
관람객 "펜스로 막아 위화감"
상인들 "매출 반토막 떨어져"
"내년부턴 축제 참가 안한다"
VIP에 정치인 실종·홍보 부족
전력 부실·곳곳 쓰레기 넘쳐


'함께하는 LA'라는 주제로 열린 제 45회 LA한인축제가 지난 7일까지 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올해 축제에서 재단측은 '수익'을 앞세워 처음으로 유료공연을 이틀간 개최했다. 축제재단측은 판매된 티켓수에 대해 '가수와의 계약 조항'이라며 몇 장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가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2차례 공연 모두 합해 최대 1000장 정도로 추산된다. 손익분기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게 재단 안팎의 분석이다. 행사준비 역시 예년에 비해 부실했다는 게 참가업체와 방문객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LA한인축제는 45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만큼 커뮤니티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올해 행사에서 나타난 축제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토요일(6일) 저녁 유료공연에 초대된 한국가수 딘의 공연이 열리기 전이었다.

재단 관계자들은 티켓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펜스를 2단으로 쌓아 올렸다. 하지만 철조망으로 된 펜스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무대를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재단 관계자들은 구멍을 막기 위해 펜스에 포스터를 붙이기 시작했다. 펜스 너머로 공연을 볼 수 없게 가리려는 심산이었다. 그 순간 펜스 외부에 있는 일부 방문객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던 포스터를 뜯어 버리기 시작했다. 공연이 유료로 진행된데에 대한 불만이 현장에서 표출된 것이다.

하루 전 열린 EDM DJ 캐시미어의 유료 공연엔 불과 200명 정도만 공연장을 찾았다. 일부 젊은 관객들은 금연구역임에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담배를 피워 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내와 함께 왔다는 김모(LA.39)씨는 "함께 즐겨야할 축제가 돈을 낸 사람과 내지 않은 사람을 펜스로 구분해 위화감을 느꼈다"라며 "적자가 걱정됐으면 차라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르의 가수를 불러 저렴하게 티켓을 팔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었다. 금요일과 토요일 프라임 타임에 공연이 모두 유료로 진행되면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장터 부스를 렌트한 상인들의 주장이다.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는 일부 상인들도 있었지만 장터에서 만난 대부분의 상인들은 작년과 비교해 30% 이상 줄었다고 했다. 한 상인은 50% 이상 줄었다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화장품을 판매했던 A사 관계자는 "유료공연을 한다면서 장터 부스 숫자를 전년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줄여 썰렁했다"며 "공연 관람객들도 죄다 타인종 아니면 어린 학생들이라 매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건강보조식품업체 J사 관계자는 "오후 8시까지 전기를 연결해주지 않아 첫날 저녁 장사는 공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붐벼야하는 일요일 오후에도 예전과 비교하면 한가했다"며 "지난 5~6년 동안 빠지지 않고 나왔는데 부스 대여료는 오르고 매출은 50% 이상 떨어졌다. 내년에는 안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보부족을 지적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올해 처음 나왔다는 화장품 업체 B사 관계자는 "사람들을 끌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내야 할 주최측이 올핸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라며 "재단 관계자가 보이면 건의를 하려 했는데 행사 내내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무관심했다"고 말했다.

매년 재단측은 LA를 방문한 지자체와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2년 전 서병수 부산시장이 그랜드마샬로 참가했을 당시엔 에릭 가세티 LA시장과의 만남도 주선했으며 전국에서 바이어들을 초대해 한국 농수산품의 수출을 적극 돕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재단측의 지원과 배려가 부실해 한국에서 온 업체들의 불만이 높았다.

전라북도에서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업체들의 경우 주최측에서 바이어를 찾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올해에는 전혀 그런 노력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외귀빈들의 참석도 눈에 띄게 줄어 중간선거를 한달 남겨둔 선거철임에도 한인 정치인이나 후보 등이 보이질 않았다. 무대 뒤 설치된 VIP대기실이나 매년 자리가 부족했던 VIP주차장엔 빈자리가 많았다.

예전과 달리 행사장 주변에 주차장도 없어 차를 가지고 오는 방문객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심지어 장터 부스를 임대한 상인들에게도 주차 관련 공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서너 블럭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물건을 힘들게 끌고 온 업체도 여럿이었다.

행사장 곳곳에 놓인 쓰레기통도 제때 치워지지 않았으며 화장실은 불결했고 손 씻을 물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재단측은 매년 '위안부 기림비' '동계올림픽 홍보' 'LA시청앞 킥오프 행사' '한국중소기업특판전' 등 특별한 컨셉으로 행사를 업그레이드시켜왔지만 올해엔 유료 공연외에는 특별한 주제가 없었다.

재단 운영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1년 내내 준비한 축제가 이 정도 수준이라니 총체적 난국"이라며 "명분도 살리지 못했고 실리도 챙기지 못한 역대 최악의 행사"라고 말했다.


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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