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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인은 풋볼에 무관심할까

풋볼의 사회학
기초 지식 전무 "재미없다"
'가족적 배경없어' 남의 일

2일 끝난 NFL 수퍼보울은 흔히 '지상 최대 스포츠 쇼'라고 불린다.

미국은 난리다. 입장권 가격이 얼마이고, 광고 단가가 얼마니 하면서 그 열기를 부채질한다.

여기에 피자와 치킨 윙 판매량까지 들이대며 '지상 최대'라는 말을 뒷받침한다.

심지어 전쟁 중인 파병군인에게도 수퍼보울은 생중계될 정도다.



언론도 난리다. 1~2주 전부터 관련 특집판을 낸다. 경기가 끝나면 '영웅 탄생'과 뒷이야기가 풍성하다. 공격을 지휘하는 쿼터백과 그 공을 받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는 공격수는 팬들의 우상이 된다. 영웅스토리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풋볼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미국 내 한인사회는 조용하다. 그저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기를 했나보다 정도다. 한인사회가 미 주류사회라는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섬'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에는 2, 3세들이 늘면서 당일 맥주집에서는 수퍼보울 열기가 뿜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다.

많은 한인들은 풋볼 경기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관심 자체가 없다. 알아야 재미가 있든 말든 하는데, 모르니까 아예 재미가 없다.

경기는 계속 끊어지고, 그 사이 광고가 줄기차게 나올 뿐이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풋볼 공을 잡아본 일도 없고, 경기 룰은 뭐가 뭔지 당최 모른다. 주변에 물어도 다들 모른다고 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룰을 모르면, 흥미·재미가 있을 수 없다.

한인들이 풋볼 문화를 공유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족적 배경이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자녀와 풋볼 공을 던지고 받으면서 노는 모습은 한인사회에서 극소수다.

자연스런 '풋볼문화 학습'이 없다 보니, 풋볼은 이질적인 스포츠 또는 문화로 남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풋볼을 가족이 함께 시청하면서 흥분하거나 분통을 터뜨리는 일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2, 3세들도 커가면서 '미국 아이'들과 차츰 거리감을 느끼는 이유다.

가족을 비롯해 주위에 풋볼을 좋아하는 인물이 작고, 세대로 이어지는 풋볼문화의 부재라는 횡적·종적 괴리는 지상 최대의 쇼에서 한인사회를 '지상 밖'으로 밀어낸다.

아이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좋은 대학, 직장에 다니지만 '풋볼 무지'로 인해 주위 친구, 동료로부터 은근히 '왕따'를 당할 수 있다.

풋볼만 놓고 본다면, 한인사회는 미국문화의 본령에서 저만큼 떨어져 있다.

한국은 아예 관심 밖이다. 수퍼보울을 시청한다는 전세계 230여 개 나라 중에 한국은 없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도 '수퍼보울'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내 수퍼보울 중계가 사라진 건 낮은 시청률 탓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퍼보울을 3년간 중계했던 MBC스포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시청률이 0.323%였다. 프로농구 시청률이 보통 0.2% 안팎이고, 프로야구가 1%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광고도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는다. 수퍼보울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싸다는 말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수퍼보울은 매년 이맘때 열린다. 1년에 한 번 주변은 온통 축제인데, 한인사회는 어깨너머 슬쩍 눈길만 줄 뿐이다.


홍성준 기자 hong.sungj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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