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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함 뚫은 '원팀의 기적'…럭비공처럼 3승 기대

도쿄 올림픽 나가는 7인제 럭비 대표팀

실업 3팀, 상무 1팀에 선수 150명
엔트리 채우기도 버거웠던 대표팀

벌금 정해 체중 관리, IT 장비 활용
3개조 12팀 대결하는 본선 진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7인제 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진천선수촌 럭비장에 모여 '올림픽 최소 1승, 3승 목표'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7인제 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진천선수촌 럭비장에 모여 '올림픽 최소 1승, 3승 목표'를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대한민국 7인제 럭비 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다. 1924년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에서 밀려났던 럭비는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정식종목(7인제)으로 9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대한민국 럭비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도쿄로 가는 길은 험난했고, 한 편의 잘 짜인 드라마와 같았다. 올림픽에는 12개국만이 출전할 수 있고, 아시아에 배당된 티켓은 1장 뿐이다. 아시아 최강 일본이 개최국 자동 진출로 빠진 게 우리에게는 호기였다. 최근 세 차례 아시안게임 순위는 일본-홍콩-한국 순이었다.

지난해 11월 24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도쿄행 티켓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한국은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먼저 7점을 뺏겨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극적인 트라이를 성공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 장정민이 결승 트라이를 터뜨렸다. 영국계 귀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홍콩과 맞선 결승도 준결승의 복사판이었다. 먼저 7점을 뺏겼으나 후반 4분 주장 박완용의 단독 드리블 트라이로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에서 장용흥이 트라이를 찍어 도쿄행을 확정했다.

실업팀 3개(한국전력·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에 상무 한 팀. 성인 남자선수 120여 명. 수십 년간 변하지 않은 한국 럭비의 열악한 현주소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7인제, 15인제)을 달성했을 때 한국에는 IMF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는 카피 아래 럭비 대표팀을 주제로 한 TV 공익광고가 방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척박한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1995년 창단한 삼성중공업 럭비팀마저 2015년 해체됐다. 일본은 16개 프로팀이 '톱 리그'라는 연중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늘 열악했고 늘 척박했던 한국 럭비를 올림픽 무대에 올려놓은 건 서천오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 전원이 '원 팀'이 된 노력이었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내려가 이들을 만났다.



재활 중인 선수가 경기 출전할 정도

진천선수촌 맨 안쪽 깊숙한 곳에 럭비장이 있다. 럭비 대표팀 사무실과 화장실 벽에도 붙어 있는 '대한민국 럭비 7'S 국가대표팀 목표 설정'이라는 A4 용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정점으로 간다'는 슬로건 아래 함께 만든 규칙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시간약속(벌금 1분당 1000원), 목표 체중 지키기(벌금 5000원), 술(10만원), 탄산음료(1만원), 치킨·피자·햄버거 등 야식(5만원) 등 금기 사항과 어길 시 벌금 액수까지 명기했다.

상무팀 감독을 겸하고 있는 서천오 대표팀 감독은 "선수 스스로 룰을 정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워낙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고 부상이 많은 종목이라 스스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선수를 소집한 기간은 33일이었지만 실제로 훈련한 날짜는 보름 남짓이었다. 10월 전국체전에서 부상당한 선수가 많았다.

서 감독은 "이번 대회 큰 역할을 한 김현수 선수는 무릎 인대 파열로 수술을 하고 재활 중이었어요. 훈련-재활-경기를 겸하면서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가게 됐죠"라고 말했다. 대체 선수가 없어 엔트리를 채우기 힘들 정도로 아슬아슬한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도쿄까지 왔다.

연세대와 삼성중공업에서 선수로 뛴 서 감독은 은퇴 후 삼성 직원으로 일하면서 기획 업무와 컴퓨터 문서 작업 등을 익혔다. 서 감독은 과학적인 훈련 기법도 일찌감치 도입했다. 조끼처럼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선수의 순간 심박수와 뛴 거리 등을 측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컨디션을 체크하고 훈련량을 조절했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를 초청해 선수들의 멘탈도 세심하게 관리했다. 일본 유통경제대학에서 일하는 남아공 출신 찰리 로 코치가 상대 전력을 분석하고 맞춤형 전술을 제시했다. 로 코치는 서 감독과의 친분으로 한국 대표팀을 돕기 시작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힘을 보탰다.

올림픽에서는 12팀이 4팀씩 3개 조로 리그를 펼쳐 각 조 상위 두 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하위 6팀끼리 또 경기를 해 2팀이 8강에 합류한다. 한국보다 약한 팀은 하나도 없다. 현실적인 목표는 1승이지만 내심 3승까지 바라본다. 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스피드와 임기응변이 뛰어납니다. 7인제는 의외의 변수가 많고, 체력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우리 자신을 믿고 한번 부딪쳐 보겠습니다"고 말했다. 주장 박완용도 "거칠게 몸과 몸이 맞부딪치는 그 느낌이 좋아서 럭비를 떠나지 못했는데 올림픽에 출전하는 날이 오네요.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이번에 꼭 럭비 붐을 일으켜 보겠습니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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