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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마타하리' 20대 러시아 스파이에 워싱턴 발칵

정효식 기자
정효식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7/20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8/07/19 18:35

총기협회 통해 보수 정치권 침투
공화당 인사와 동거 미인계 이용
대선땐 미-러 비밀채널 구축 시도

알렉산더 토르신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왼쪽)와 18일 스파이 혐의로 구속된 마리아 부티나(오른쪽)가 2015년 4월 테네시주 공화당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해 후보자와 사진을 찍은 모습.[트위터]

알렉산더 토르신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왼쪽)와 18일 스파이 혐의로 구속된 마리아 부티나(오른쪽)가 2015년 4월 테네시주 공화당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해 후보자와 사진을 찍은 모습.[트위터]

20대 러시아 여성이 전설적 간첩 마타하리 같은 수법으로 전미총기협회(NRA)를 통해 공화당 등 보수 정치권에 침투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이 여성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지도자들과 비밀 채널을 구축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겐 '푸틴 편들기' 논란에 이어 연거푸 악재가 터진 셈이다.

논란의 스파이는 현재 워싱턴 DC 아메리칸대학 유학생인 마리아 부티나(29·사진)다. 그녀는 지난 15일 외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했다.

워싱턴 연방법원은 18일 재판에서 "도주 위험이 크고 그녀에게 포섭된 미국 정계 인사들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그녀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FBI가 공개한 구속 신청서와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이 여성의 배후 인물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 고위 관료이자 억만장자인 알렉산더 토르신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였다. 부티나는 미 대선 국면이 시작된 2015년 초부터 지난해까지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토르신(2015년 당시 러시아 연방의원)의 지시를 받아 그의 특별보좌관으로서 활동하면서 외국로비스트법(FARA)상 대행기관으로 등록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티나는 2013년 러시아에서 총기소지 옹호 단체를 운영하며 NRA 인사들과 친분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공화당 관련 인사들을 포섭하기 위해 성관계를 포함한 미인계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2016년 8월 아예 아메리칸대학 석사과정 유학생으로 입국한 후 NRA를 통해 정계 인사와 접촉을 주선해 준 정치권 인사와 동거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은 부티나와 동거한 인물이 NRA 회원이자 공화당 정치컨설턴트인 폴 에릭슨(56)이라고 보도했다.

에릭슨은 부티나를 도와 2016년 당시 캠프 정책보좌관이던 릭 디어본 전 백악관 비서실 차장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크렘린 커넥션'이란 제목으로 "NRA 총회 때 후보와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하자"고 제안하는 e메일을 보냈다. 같은 해 5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NRA총회에서 트럼프와 푸틴의 회동은 불발됐지만 부티나는 토르신과 함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

부티나가 신원이 공개 안 된 또 다른 미국 정계 인사에겐 특수 이익단체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제공했다는 혐의도 공개됐다. FBI가 에릭슨의 혐의와 함께 추가 수사중인 인물이다.

해당 인사는 뉴욕과 워싱턴에서 '러시아 친선 대화' 명목으로 자리를 만들어 러시아 정부 인사들과 정치권 유력인사들을 만나게 했다. 2016년, 2017년 연속으로 정계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국가조찬 기도회에 러시아 대표단의 참석도 주선했다. 부티나는 이 인사에게 "토르신이 당신에게 매우 큰 감명을 받았다. 러시아 쪽도 당신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는 감사 인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FBI는 부티나가 수년간 토르신과 주고 받은 e메일과 소셜미디어 메시지 등이 담긴 노트북을 압수해 상세한 활동 내역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해 1월 20일 비밀 채널을 만들기 위해 공들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날 의사당 옆에서 사진을 찍어 토르신에게 보냈다. 그러자 토르신이 "당신은 정말 겁이 없는 여자다.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하자 "좋은 스승 덕분"이라는 문답을 트위터 메시지로 주고받았다.

토르신은 지난해 3월 부티나에 관한 기사가 언론에 소개되자 "당신은 안나 채프만(2010년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미인계로 스파이 활동을 하다가 체포.송환)을 훨씬 능가한다. 그녀는 장난감 권총을 들고 포즈를 취했지만 당신은 실제 권총을 든 모습이 출판된 사람"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FBI는 부티나를 간첩죄로 기소하진 않았지만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과 접촉해온 정황도 확보됐다. 부티나의 e메일 리스트에서 옛 소련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과 관련된 계정이 발견됐다. 아파트에선 "FSB의 고용 제의에 어떻게 대답해야할까"라는 자필 메모도 발견됐다. 지난 3월 정보기관 관리로 추정되는 러시아 외교관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고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전직 스파이 부녀 독살 기도로 러시아 요원들이 대거 추방되자 미국을 떠나기도 했다.

민주당은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과 연관된 부티나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고 나섰다. 애덤 쉬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회 간사는 "러시아의 비밀 요원으로 공화당과 비밀 막후 채널을 만들어온 혐의로 체포된 부티나와 관련자에 대한 의회 소환 조사를 공화당이 거부했다"며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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