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개나리꽃이 피었다

메모리얼 공동묘지 울타리에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다. 어제는 6인치 이상 눈이 왔는데도 꽃이 피었으니 계절을 알리는 신호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길거리에는 아직도 두꺼운 잠바와 어그부츠를 신은 사람들이 무거운 겨울 옷을 벗어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을씨년스럽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코트 자락을 들썩인다. 올해는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봄이 오는 소식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의식으로 부활절이 있다. 개신교와 카톨릭은 묵상하며 40여일 기도를 이어가는 동안 날씨의 변화를 느낀다. 그리고 그 뒤를 메소도스교회에서 그들의 부활절을 기다리고 있다. 가게 옆이 있는 이집트 교회에서는 부활절 일주일을 앞두고 하루에도 서너 번씩 기도를 하는 의식이 있는지 유모차가 매일 100대 이상 교회 앞에 놓여있다. 오후가 되면 어린아이들이 새 옷을 입고 부모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간다. 이슬람도 라마단 의식으로 '몸빼' 같은 바지에 긴 드레스 같은 외투를 걸치고 기도를 한다. 신에 대한 믿음이 이만큼 강하다. 의복도 깨끗하고 새 옷으로 준비하여 한번 입고 세탁을 한다.

또 개나리꽃 피는 절기와 딱 맞게 희소식이 날아드는 계절이다. 고등학생들이 입학 원서를 접수하고 기다리는 시기가 다가와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때이다. 4년 동안 가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이때쯤이다. 원하는 학교의 통지를 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기쁘겠는가. 가슴에 품어둔 큰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너무 벅차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친인척과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으로 부모님들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시기다. 아이들과 달리 부모는 등록금 마련에 힘이 부칠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기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없을 때는 한 달 두 달이 훌쩍 지나가는 것 같아 야속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가장 자랑스럽고 목에 힘을 주며 큰 소리 치는 시기가 아닐지. 몸은 고달파도 앞으로 아이들 장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사회인으로 발 돋음에 대한 기대가 있어 주머니가 텅 비어가도 뒷방에 앉아 스스로 위로하며 내일의 희망이 손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손님 중에 항상 같은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버건디 색깔에 흰색으로 학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들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모자가 자기 아들 같다고 한다. 교육열도 다른 지역에 비해 약하고 교육 환경도 최하위인 이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느니 그럴 만도 하다. 이 손님은 자기의 모든 것이 이 모자 안에 있다. 시장도 가끔 아들에게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개나리는 그 앙상한 가지에 꽃이 먼저 핀다. 다른 나무는 잎이 무성하고 그 잎이 꽃을 바치고 있어 더욱 돋보이는데 개나리꽃은 그 반대다. 눈비를 맞고 세찬 바람과 싸워도 그 연약한 가지는 꺾일 줄 모른다. 그리고 희망을 알리는 노란 꽃을 피워 모든 사람들의 총애를 받는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고 대소사 기쁨을 같이 한다. 꽃이 지면 새파란 잎이 돋는다. 여름 내내 이웃과 싸우지 말라고 당부하듯 울타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우리의 삶도 개나리꽃 같다. 좋은 소식 전해주고 담담하게 맡은 역할 하면서 건실하게 살아가는 사회의 주인들이다.


양주희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