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동서교차로] 생의 퍼즐 한 조각 찾기 위해

내 딸 리사는 천재다. 레고 퀸이고 퍼즐 킹이다. 아무리 복잡한 레고도 리사 손에 잡히면 눈 깜빡 할 사이에 조립된다. 수천 개 퍼즐도 기막히게 잘 맞춘다. 리사의 무기는 인내와 끈기, 한 번 시작하면 밤을 꼬박 새면서 해치운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리사 지능지수는 70 정도. 배우는데 보통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보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한 번 입력된 정보는 변경과 업데이트가 힘들다. 돌에 글자를 새기는 것과 같다. 리사는 과거의 경험과 인지된 학습으로 생활한다.

우리 집 막내 아들은 영재다. 아이큐(IQ)가 굉장히 높다. 영재로 특수교육을 받았는데 숙제도 안 하고 수업태도가 나빠서 여러 차례 쫓겨났다. 막내는 암기력이 대단하다. 스폰지처럼 수많은 정보를 단시간에 빠르게 흡수한다. 잡지나 책은 통째로 기억한다. 막내의 삶 속에 어제는 없다. 끊임없이 새롭고 창의적인 정보를 찾아 나선다.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아들은 미래를 산다.

보통 IQ의 보통 인간인 나는 오늘을 산다. 매일이 전쟁이다. 금방 입력된 정보도 홀까닥 까먹거나 혼선을 빚는다. '과거는 흘러갔다'가 내 애창곡이다. 그뿐이랴! 미래는 산 너머 산이다. 눈 뜨면 홍수처럼 밀려오는 새로운 정보는 두려움 그 자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가 아니고 넘을 수 없는 태산이다. IT 분야에 적당히 아는 사람 앞에서는 아는 체 모른 체 얼렁뚱땅 넘어가는데 아들 앞에 서면 완전히 깨진다. 이 번에 7년 전 산 랩톱 컴퓨터 들고 아들 집에 갔다가 또 당했다. 옷은 매번 새 것 사면서 왜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는 업그레이드 안 하는지 통 이해가 안 된다며 즉각 새 컴퓨터 구입해 완전히 업데이트 해 줬다. 잔소리 듣고 구박 받아도 돈 안 들고 남에게 비비대는 것보단 나으니까 내심 히히락락! 사실 첨단기술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에선 아들하고 말이 잘 안 통한다. 상식 및 이해부족으로 금방 들은 단어 기억하기도 힘겨워 묻는 말에 대답도 못해 쩔쩔 맨다. 아들이 "아이구! 바보야" 라고 할 때 마다 "내가 바보면 너는 바보 아들!" 이라고 아양을 떤다. 정말이지 아들이 천재고 내가 바보인 게 천만 다행이다.

다중지능(多重知能.multiple intelligence)은 지능이 학업성취와 관련된 단일한 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차원적인 하위능력들로 구성된다는 개념이다. 발달심리학자인 가드너 박사는 다면적 지능을 구성하는 상호 독립적인 7가지 능력인 언어지능, 논리.수학적 지능, 공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 지능, 개인간 지능, 개인 내 지능이 서로 다른 강점과 약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21세기는 공감의 시대다. 학자들은 인간친화기능과 자기성찰기능이 사회적 경제적 교류양식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 소통 중심의 협력시대를 예측한다.

아들이 부르는 내 이름처럼 나는 바보일까? 어제는 까마득한 과거고 오늘은 힘겨운 투쟁이며 내일은 두려움과 기대로 펼쳐지는 세상이다. 어제의 기억이 가뭇거리고 미래의 언어를 간파하지 못한다 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포옹하고, 존재의 불확실성에 고뇌하며, 내가 서야 할 곳을 찾아 나서는 삶은 세기를 이탈해 영원으로 흐른다. 리사처럼 퍼즐을 완성하지 못하고 아들처럼 매일 업데이트가 안 되도 무디고 바보 같은 오늘을 산다. 인생의 퍼즐 맞추기가 힘들고 업데이트가 안 돼도 어제를 디딤돌로 오늘을 붙잡고, 그리고 한 점 남은 생의 마지막 퍼즐을 찾기 위해 오늘도 지구를 떠나 우주로 비행하는 꿈을 꾼다.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