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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저는 이번 여름에 삿포로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에 특강이나 출장으로 자주 왔지만 긴 기간을 일본에서 생활하는 건 처음입니다.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배우면서 일본에 대해서 좀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삿포로에 와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표현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입니다. 옛 것이 좋으니 지금도 좋고 새로운 것도 좋다는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는 수 만 년 동안 천천히 이루어졌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는 것을 나도 알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할아버지도 아는 세상이었습니다. 세대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서로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나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아이는 할아버지를 존경하고,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아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갑자기 급속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할아버지의 지식이 필요 없게 된 겁니다. 나무 이름, 꽃 이름을 알 필요가 없어지고, 어떤 열매를 먹어야 할지, 어떤 나물을 따야 할지 알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변화에 노인도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도 모르고, 신형 핸드폰도 다루기 힘듭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세대 차이는 엄청난 거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과거를 빨리 지우고 싶어 합니다. 과거에 머물러있으면 부족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저는 삿포로에 와서 천천히 변하는 세상을 봅니다. 바꾸지 않아도 되는 건 굳이 바꾸지 않습니다. 표지판도, 가로등도, 전봇대도, 간판도 옛 모습 그대로인 곳이 많습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거죠. 기차역도 큰 역을 제외하고는 오랜 전 모습대로입니다. 녹슨 모습을 보면서 위로를 느낍니다. 오래된 건물이나 집도 여기저기에 보입니다. 오래되었을 뿐인데 문화재 대접을 받습니다.



저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사람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사람도 그 가치를 축하 받아야겠지요. 삿포로에는 나이 드신 분이 일하는 곳이 많습니다. 박물관 같은 곳에는 나이 드신 분이 어울리는 곳이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이 들려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게 온고이지신의 시작입니다. 옛 것이 좋다는 것을 아는 거죠.

변화가 지나치게 칭찬 받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금연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배려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담배 피우는 사람을 이상한 취급을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담배를 끊은 지 오래 되었지만 지나친 금연 운동에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여기 삿포로에는 식당이나 카페에 대부분 흡연석이 있습니다. 심지어 온천에도 흡연자를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본도 점점 흡연 장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저는 변화는 속도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 우체통과 공중전화도 여기에서는 많이 보입니다. 신용카드가 안 되는 곳도 많습니다. 불편해 보이기도 하고, 변화에 둔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천천히 변하게 두는 것도 세상을 사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옳다고 다 한 번에 바꾸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빨리 바꾸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세대 차이를 이야기하기 전에 지나친 속도의 변화는 경계해야 할 겁니다.

옛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 새로운 것도 알고 싶습니다. 어제가 궁금하면 내일도 궁금해집니다. 온고이지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 좋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조금 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으면 합니다. 서로를 귀하게 생각하였으면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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