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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어느 편이십니까

편은 우스꽝스럽습니다/ 편은 섬뜩합니다/ 편은 역겹습니다/ 편은 열광적이고 광적입니다/ (...)편들기는 끼니만큼 가까이 있습니다/ (...)눈이 오고 눈에 돌이 젖습니다/ 바람이 불고 바람에 비가 휘청거립니다/ 그 와중에도 인간은 편 가르기에 광분합니다/ 시인은 내편이 아닙니다/ 그는 죽어가는 행성 편입니다/ 그는 죽어가는 호흡과 희미해져 가는 모래발자국 편입니다

박용하 시인의 '편' 부분이다.

이익이 되는 사람끼리, 추구하는 목표가 같은 사람끼리, 감정의 색깔이 유사한 사람끼리, 고향이 같은 사람끼리, 이런 저런 유사성을 찾아 규합하다 보면 집단이 되고 편이 된다. 편도 처음에는 온건하게 부류가 나눠질 뿐이다. 그러다가 집단의 이익에 직면하게 되면 편과 편 사이에 담이 쌓이고 폐단이 되기도 한다. 파벌의 역사가 아주 오래인 걸 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편 가르기에 능란한 것 같다. 사람이 모인 곳엔 어디에나 편이 갈린다. 편 가르기는 해악을 끼치기도 하지만 어느 편에도 끼지 못하면 왕따가 되기 때문에 도리가 없이 어느 편에든 서야 하기도 한다. 늘 중립적인 사람은 이편에서도 저편에서도 배제되기 일쑤다.

한 의학전문지에 의하면 사건중추신경에 깊이 자리 잡은 편 가르기 심리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고치기 힘들다고 한다. 편을 가르고 별다른 근거 없이 내 집단 사람들을 선호하는 반면 외 집단 사람들을 배척한다. 내 집단 선호 또는 내 집단 편향의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편이란 다 저마다의 유리함에 의해 갈리고 파생한다.



어느 편에도 끼지 못하면 불안하다.

어쩔 수 없이 어느 편엔가 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편은 편파판정의 주범이고 공범이고 상습범이 된다.

편이 갈리고 편의 이익을 중시하다 보면 편의 이기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렇더라도 편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 내편이 있다는 것은 든든함이다. 내 편은 내게 우호적이어서 웬만한 실수는 감싸준다. 다소의 미숙함도 이해해 준다. 상대편은 내게 가혹한 반면 내편은 내게 관대하다.

시인은 시 중간에 "천지는 편이 없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혈연편이 아니고 오고 가는 나뭇잎 편입니다"라고 읊는다. 누구의 편이냐고 묻지 말자. 진보편인가 보수편인가, 모더니즘편인가 고전주의편인가, 동편인가 서편인가 따지지 말자. 편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나누어질 뿐, 인간의 나약함이 만들어 내는 파장일 뿐이다.

편은 또 얼마나 자주 바뀌던가. 봄 편이었다가 가을 편이고, 이슬 편이었다가 안개 편이고, 새소리 편이었다가 여치 소리 편이기도 하지 않은가. 소외의 두려움 때문이라면 그냥 진(眞)편에 서자. 외로움 때문이라면 선(善)편에도 서고 가끔 미(美)편에 서서 애처롭고 용기를 잃은 것들 편을 들어주자. 의욕을 잃은 이들에게 기운이라도 되찾아 주는 편 가르기라면 좋겠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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