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가짜 뉴스'와 '인민의 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 3부와 더불어 '제4부'로 불리우기도 하고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도구라 하여 '사회의 공기(公器)'라고도 한다. 언론은 또한 정부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무관(無冠)의 제왕(帝王), 즉 '왕관 없는 왕'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언론에 대한 이 모든 화려한 수식어들은 언론이 정확한 사실보도와 정론(正論)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건전한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국가와 사회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며 붙인 말 들이다.

진실을 추구하며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하다 보면 언론은 어쩔 수 없이 정부 권력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지금 미국에서는 언론과 트럼프 대통령이 시쳇말로 맞짱을 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G 설츠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이른 바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 제조기라고 몰아 부치고 이러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인들을 '비애국적인 인민의 적' 이라고 매도하였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당초의 약속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설츠버거와의 면담 내용을 여러 차례 트윗으로 공개하자 설츠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적대시 정책이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국가에 해를 끼치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공개 비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미국의 주류 언론이 가짜 뉴스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면 그것은 '사회의 공기(公器)'가 아니라 '사회의 흉기(凶器)'일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생명과 같이 여기고 있는 미국 최고의 권위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가 가짜 뉴스를 양산해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그가 말하는 '가짜 뉴스'라는 것은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자신의 정책에 박수를 치지 않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가짜 뉴스란 문자 그대로 허황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왜곡 보도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광우병 파동을 불러일으킨 MBC의 PD수첩 프로그램이다.

2008년 4월, MBC PD 수첩은 마치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은 것처럼 보도하였다. MBC 보도를 그대로 믿은 수많은 국민들이 매일같이 광화문 광장을 메우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2008년 봄부터 가을까지 6개월간 대한민국은 극도의 혼란 속에 삐져 들어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그 후 PD 수첩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엉터리 가짜 뉴스 프로그램을 방영하여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PD 수첩 관계자들과 MBC는 아무런 제재도, 처벌도 받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가짜 뉴스로 국민들을 오도하는 일부 언론도 나쁘지만 특정 언론이 정권에 비판적이라 하여 노조를 동원하여 공영방송 사장을 몰아내는 한국정부의 치졸한 언론 탄압 행태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자신의 정책에 박수를 치지 않는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 제조기로 몰아 부치고 언론인들을 인민의 적으로 매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회의 목탁이며 공기(公器)인 언론은 어느 한 개인이나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며 국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채수호 / 자유기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