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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밥 한번 먹자

조성자 / 시인
조성자 / 시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9/05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18/09/04 16:59

사람이란 그렇다/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유홍준 시인의 '사람을 쬐다'부분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이 두어 번 오간 후, 한참이 지나 그녀와 내가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고등어구이는 바삭하고 비빔밥의 야채들은 여름 맛이 난다. 밥을 먹으며 안부를 묻고 삶의 애환을 나눈다. 평온해 보이던 그녀의 삶 이면이 보이고 마음의 검버섯도 드러난다. 물론 나의 헛헛함도 노출시킨다. 밥은 전식의 상큼함과 후식의 달콤함을 아우르며 몸보다 마음의 허기를 다독인다.

밥 한번 먹자라고 할 때에 대부분은 밥에 방점이 찍히는 게 아니다. 밥 한번 먹자는 빈말이 오간 뒤 밥상을 앞에 놓고 앉을 때 밥은 조연일 때가 많다. 밥은 오브제일 뿐 밥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마음 나눔이 선호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외롭다고 말한다. 성격이 좋아 주위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 사람도 오직 한 사람, 자신을 이해하여 주고 신뢰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믿을만하고 삶의 동지가 될 만한 친구 한 명이 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친구 얻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해상관에 따라 변색되기도 하고 참을성이 적어져 관계가 쉽게 곪기도 한다. 고집이 세지면서 타협도 쉽지 않다 보니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마땅찮아 하기 일쑤다.

관계성의 공간에서 우리는 좋든 싫든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을 기피하고는 살아가기 힘들다. 사람은 사람을 쬐야 한다는 시인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사람을 쬐지 못하면 검버섯도 피고 저승꽃도 핀다.

얼마 전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중인 지인을 병문안 갔다. 평소에도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어 구석진 곳에 눈길을 주던 분이었는데 아픔을 겪으면서 생각이 더 많아지더라는 것이다. 이젠 외로운 이들의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맞는 사람, 형편이 비슷해서 부담 없는 사람, 사고의 유형이 같아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이런 사람과 친구 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그룹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별난 성격으로 소외 아닌 소외를 겪는 사람과 친구하기는 쉽지 않다.

주위에 보면 어떤 연유에서건 사람을 쬐지 못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가 이민생활이라는 각박한 상황에서 살아가기 때문일까 인정을 그리워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편견과 편애로 사람을 피하고 반목하는 경우가 많다. 도토리 키 재기인 고만고만한 형편들끼리 비하하고 무시한다. 그러나 사람을 멀리하고는 외로움을 피할 길은 없다.

사람을 쬐는 일의 하나는 함께 밥을 먹는 일이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막역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밥은 밥 이상의 위력이 있다. 밥은 생존의 근원이고 함께 밥을 먹는 일은 빗장을 풀자는 의기투합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다 호의적일 수는 없지만 정말 외로운 사람이란 걸 알면 꽃에게 물을 주는 심정으로 다가가 볼 일이다. 우린 다 외로운 사람들이지 않은가. 고국을 떠나와 살아보겠다고 고군분투하며 진땀 빼는 자들이다. 뭣 때문에 떠나왔건 떠나온 사실만으로도 설움을 지닌 자들이다. 서로를 살펴줘야 하는 이유다. 사람의 온기를 쬐어 따뜻해지면 기운이 나고 힘을 얻기도 할 터, 이보다 더 큰 배려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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