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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난 어떻게 해'

옆 자리에 앉은 자매님은 연신 재채기를 해대며 흘러내리는 콧물을 손수건으로 찍어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콧물이 흘러내리자 자매님은 아예 손수건으로 코를 덮고 그 위를 오른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모두가 일어서서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시간인데 콧물로 코팅되어있을 자매님 손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하나. 손을 잡으면 자매님 손에 묻어있는 수 억 마리의 감기 바이러스가 옳다 좋다 하고 내게로 이민올텐데 어떻게 하지?' 분심이 들어 신부님 말씀도, 기도하는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 주기도문 시간. 자매님의 코묻은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자매님은 코를 막고있던 오른 손으로 주저없이 내 왼손을 덮석 잡는 것이 아닌가. '아니, 코 묻은 손으로 남의 손을 먼저 잡다니…'

그러나 들어내놓고 싫은 기색을 할 수도 없는 일. 나는 속으로 찜찜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매님의 손을 잡고 기도문을 소리내어 외웠다. 기도문을 외우면서도 내 온 신경은 자매님한테 잡힌 왼손에 가 있었다. 자매님은 기도문이 끝날때 내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가 놓았다. '세상에, 바이러스를 확실히 옮기기 위해서 손도장까지 찍고있네…'



'그러나 걱정할 것 없어. 아직 오른손은 깨끗하니까. 성체를 받아모실 때 오른손으로 받으면 될거야'하고 나는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웬걸, 악수를 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자 자매님은 어느 틈에 내 오른손을 잡고 '평화를 빕니다'하고 코맹맹이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하나도 평화롭지 않은데…' 나는 속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평화를 빕니다'하고 답하였다. '아, 이럴 수가. 이제는 왼손 오른손 다 버렸으니 난 어떻게 해.'

성체를 받으러 줄지어 앞으로 걸어갈 때 내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렇지. 성체를 받을 때 손바닥을 잔뜩 오무려서 될 수 있는대로 성체가 손바닥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 시켜야지.'

신부님은 성체를 내 눈 높이로 들어 올린 후 '주님의 몸' 하고 말씀하시며 내 손바닥에 성체를 올려놓으셨다. 오늘따라 신부님은 성체를 살짝 놓으시는 것이 아니고 내 손바닥에 꾹 눌러서 주시는 것이 아닌가. '이제 마지막 희망도 다 무너져 버렸구나. 감기 바이러스로 범벅이 되어있을 성체를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고민 하던 나는 '에이 이왕 버린 몸 먹어버리자'하고 성체를 입에 넣었다. 둥글고 얇은 밀떡은 입속에서 스르르 녹아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이제 감기에 감염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 '하느님 너무하십니다. 미사 드리러 왔다가 감기에 걸리게 하시다니…'

그러나 그 순간 마음 속에 울려 퍼지는 말씀의 소리가 있었으니 '어리석은 자여 너는 왜 그다지도 믿음이 없느냐? 전지전능한 창조주의 몸인데 감기 바이러스가 묻겠느냐.'

'믿습니다. 아멘'

(P.S. 그 후 감기에 안 걸림)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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