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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이상한 나라

서울에 다녀왔다. 과연 말 들은 대로 인천공항은 시설도 서비스도 훌륭했다. 그리고 서울거리는 젊은이들로 활기찼고 밤 문화는 화려했다. 젊은이들은 한 결 같이 키도 크고 잘 생겼고 여자아이들도 예뻤지만 모두 다리 콘테스트에 나온 듯 상체는 없고 미끈한 다리들만 거리를 걸어 다니는 이상한 나라에 온 착각이 들었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나라답게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길거리에서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지 않으면 외계인으로 보였다. 한번은 지하철 안에서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책을 읽고 있어 그 풍경이 생소했고 책을 덮을 때 곁눈질해보니 한강의 '채식주의자'여서 다시 한 번 놀랐다.

하루는 광화문에서 시청 앞을 향해 걷고 있는데 지하철역에서 경찰들이 방패와 곤봉을 들고 풀린 실타래가 되어 계속 흘러나왔다. 반대편 길에서는 민총의 데모행렬이 휘장에, 확성기에 '기업가 타도'를 외치며 푸른 기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은 한국 이미지의 대명사이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한국의 위상은 지금보다 한참 밑에 머물렀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태산보다 큰 규모의 민총 데모군중을 보고 어지러워하고 있는데 다른 시민들은 오며 가며 각자 제 볼일을 보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는 크던 작던 데모가 항상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어 하나의 일상생활이 된 듯 했다. 민중은 촛불과 태극기파로 갈라져 있고 여론은 조작되어 국민은 신문과 TV를 보지 않는다 하니 난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딘가에서 국민이 한 번 들고 일어나면 긴급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들의 결정이 현존의 법 위로 군림하는 이상한 나라! 민주주의를 수태해서 탄생시켜 성장시키지 않고 직방으로 수입하는 나라! 방종을 자유로 착각하는 나라! 갑질과 이제는 을질이 대세인 나라! SNS 한 방에 의인이 되기도 죄인이 되기도 하는 나라! 정의를 부르짖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되면 그대로 부정부패에 물들어가는 나라!

한 택시기사가 "전에는 북에서 중2를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초딩2를 무서워 한대요"한다. 중2는 사춘기의 반항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 행동이 우발적일 수 있다고 이해하겠으나 초딩2는 스마트폰으로 비디오를 찍어 부모에게 직송하기 때문이란다.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자유와 정의는 무엇이며 그 끝은 어디인가 생각하면 문제는 심각하다. 반면에 좋은 소식도 있다. 한국의 와이파이와 교통망은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교통카드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다. 한번은 교통카드를 충전하러 갔다가 안 된다 하기에 "왜요?" 하고 물었다가 고함을 지르며 모욕을 주어 도망을 치듯 빠져 나온 적도 있었다. 시민의식의 부재를 절감했다. 겉에서 보기에 한국의 경제수준이 높아졌음은 정말 가슴 뿌듯한 일이다. 뉴욕처럼 많은 민족이 어울려 사는 경우, 내 조국의 위상은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 행동을 행하는데 먼저 행동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행동의 결과도 책임을 지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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