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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증오에는 이유가 없다

증오 또는 혐오 범죄(Hate Crime)란 인종.성별.국적.종교.성 지향 등 특정집단에 대한 증오심이 부르는 범죄행위를 일컫는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범죄는 피의자와 피해자간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거나 딱히 특정할 범죄적 동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보니 마땅한 예방비책을 세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간다. 이런 범죄를 일본에서는 '도리마'라 하여 마(魔)가 끼어 만나는 사람에게 해나 충격을 끼친 뒤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경고하고 한국은 묻지마 또는 막가파식 범죄로 부르며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보니 범죄의 양상은 날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 범죄는 대략 3가지 정도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단발적인 것으로 다중이 모인 곳에 나타나 기습적으로 사상(死傷)을 가하는 테러형으로 원인은 약물로 인한 환각.망상 같은 정신병, 반사회적 성격이나 극심한 인격장애 등이다. 다음은 연쇄살인 같은 유형으로 짧은 시간 내에 복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자해해버리는 것으로 주로 스트레스로 인한 내성의 한계, 미숙한 자아, 사회나 법체계에 대한 분노의 표현일 경우가 많다. 마지막 하나는 꽤 긴 시간을 두고 산발적으로 저지르는 살인범죄 같은 것으로 범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픈 삐뚜로 욕망들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세상의 모든 여성을 자신이 채워야 할 성의 대상으로 보는 심리상태도 포함된다.

지난 10월 27일 이웃 펜주의 피츠버그의 한 유대인 회당(시나고그)에 괴한이 총기를 난사하여 11명이 죽고 4명의 경찰관을 포함하여 6명이 부상을 당하는 끔직한 테러가 발생하여 온 미국사회를 전율케 하고 있다.

특별히 이번 사건이 2015년 6월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톤교회의 경우처럼 특정 인종이 모이는 교회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결코 우리에겐 남의 일이 아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이 피츠버그 도심에서 10여 분 떨어진 유대인 집단 거주지역인데다 시각 또한 유대인들이 생명같이 지키는 안식일인 토요일 오전 10시경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 또한 도심을 벗어난 좋은 학군에 한인타운을 구성하고 타민족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교회를 세운 뒤 주일예배나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점이 유대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15년 찰스톤의 범인 딜런 루프가 인종전쟁의 시작임을 암시했거나 2018년 피츠버그 범인 밥 바우어가 "모든 유대인은 죽여야 한다"고 외치며 총기를 난사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예사롭지 않는 대목이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우리 한인 또한 저들 미친 정신병자들이 들이댈 증오 인종 목록에 이름이 오르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사건으로 인해 유대인 사회는 들끓고 있다. ADL 즉 반명예훼손연대는 미국 역사상 유대인들을 향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었다고 트윗을 날렸고 미국 내 반유대주의 범죄가 2016년 1267건에서 2017년 1986건으로 57%나 급증하였다고 발표하며 경각심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국내 묻지마식 총기 테러가 점점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자녀를 위한 좋은 환경과 교육 여건이 최상의 이민 명분이었는데 안타깝다.

지지난 주일, 피츠버그 사건으로 온 유대사회가 망연자실(茫然自失)한 가운데 필자가 다니는 교회의 대예배시간에 타운 메이어가 예고도 없이 찾아와 강단에 섰다. 유대타운의 유대인 시장으로 느끼고 있을 당혹감, 상실감, 감당해야 할 책임감 같은 것이 묻어나는 협력과 당부의 말을 토로하기 위해서였다. 뒤늦게나마 타운의 가장 중심가에 우뚝 선 한인교회를 바라보며 그가 느꼈을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왜 진즉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는가 싶어 민망하다.

얼마전 팰팍의 현직 시장이 현장투표에서 한인 후보자에게 패한 뒤 81세의 그의 노모가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갓뎀 코리아(빌어먹을 한국인)가 단지 아들이 패한 데 대한 그녀만의 분노나 넋두리일까? 혹시라도 그 말이 우리를 대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공통된 정서는 아닐까?

증오에는 이유가 없다. 증오 자체가 이유이고 행동강령이다. 이참에 우리 모두 지난날의 우리를 돌아보며 차분하게 성찰하는 계기로 삼자. 만에 하나 가지고 있을 법한 잘못된 편견과 웃음기 없는 퉁명스러움을 버리고 한 발짝 그들 곁으로 다가가 이웃사촌으로 역할을 다하자.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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