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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믿음으로 오월의 아름다움을 품은 여인

흔히 가장 잔인한 달이라 일컫는 사월을 뒤로하고 가장 아름다운 달 오월을 맞이합니다. 사월이 가장 잔인하다고 이른 것은 영국시인 T. S. Eliot의 시 "황무지"의 첫 구절로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참화 속에 신음하는 유럽의 상황을 그린 시입니다. 사월이 잔인한 것은 수 많은 사람이 총칼에 스러져가 슬픔이 덮인 땅 위에도 봄은 오고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잔인하다고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잔인한 달을 딛고 가장 아름다운 달 오월이 세상을 새 생명으로 품습니다. 겨우내 말랐던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새싹이 파란 하늘을 연녹색으로 수놓습니다.

우리의 삶은 참 아이러니의 연속인 듯합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나 생존을 위해 두려움에 떨고 비겁해지기도 하고 결국 죽어갑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의 어록으로 유명한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삶의 역설을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삶의 아이러니는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우리 삶의 속살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태초 심연의 어둠 속에서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긴 이래 모든 것은 어둠에서 시작되어 빛으로 밝혀집니다. 빛이 모든 것이 시작이 아니라 하느님 뜻의 귀결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혼돈에서 질서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두려움에서 용기로….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은 바로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삶입니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불행은 결론이 아니라 행복으로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에 잘 나타납니다. 예수님의 잉태는 시골 변방의 한 처녀에게 이루어집니다. 어느날 약혼자가 있는 처녀에게 천사가 나타나 성령으로 말미암아 아이를 잉태한다는 경천지동할 소식을 전합니다. 그 아이가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것입니다.

이 소식에 처녀는 좋아하기는커녕 겁에 질려 떨며 말합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 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천사의 답은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다." 이에 그 처녀는 답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 지길 바랍니다." 그 처녀의 이름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그리고 이 고백이 바로 그 유명한 피에타(Pieta)입니다. 이 고백으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인류구원을 위해 오신 가장 높으신 하느님의 아드님이 가장 연약한 처녀를 통해 가장 더러운 마굿간에서 태어나 가장 낮은 구유에 눕혀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합니다. 그러나 그 탄생은 역설적이게도 인류 역사상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

마리아는 또한 당신의 아들이 처참하게 십자가의 극형을 받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하느님을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아들의 뜻을 믿음으로 따랐습니다.

절망은 역설적이게도 희망의 시작이고 새로운 삶의 시작이며 빛으로 밝혀지는 어둠이고 죽음은 부활의 시작입니다. 이 역설적 진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더불어 함께 계시기 때문에 가능하고 성모님은 이를 굳게 믿었습니다.

따라서 거룩한 하느님의 아드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교회의 상징이며 우리 신앙의 모델입니다. 그 굳건한 믿음을 교회가 본받아 세상 구원의 빛이 되려 고군분투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성모님을 믿습니다. 우리를 위해 빌어 주실 그 믿음과 사랑을 믿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또한 복되시나이다…"


김문수 앤드류/퀸즈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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