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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손을 놓고는 갈 수 없는 길

손정아 / 시인·퀸즈
손정아 / 시인·퀸즈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7/07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7/06 17:04

하나의 봄은

두발이 닫는 길턱에 있습니다

바람의 노래가 길을 찾아 들었습니다

찔린 허리를 쥐고 잡풀만 먹고 잡풀만을 입고 살던 땅이지요

새 옷으로 갈아입을 겁니다

녹이 슨 눈물에 박혀 당신을 혼자 울게 하진 않을 것입니다

아주 손질을 잘 하는 이발사가 넝쿨로 얽힌 가시머리카락을 잘라

당신의 혈맥이 펄떡이는 가슴에 길을 내고 시베리아의 문을 열 것입니다

아픈 자유를 껴안아 설산을 녹이는 하나의 봄을 찾아 올 것입니다

지구를 돌아서도 가고 오지 못한 그 가까운 먼 길이

오는 길에 냉면이 배달되고

몇 십년을 홀로 웅숭크리고 피고지고

건초더미를 뒤집어쓰고도 꽃이 누워 웃는 길

그대 손을 놓고는 갈 수 없는 그 길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온기의 냄새가 심장을 뛰게 합니다

시멘트로 덥힌 자갈 길 위에

보고 싶은 당신의 얼굴도

사각의 태양을 잡고 둥글게 돌고 있습니다

그림자도 비켜서며 당신을 부르는 길

"반갑습니다" "이리도 쉬운 길 왜 이제야 왔나"

숨 끝을 끌어당기는 그대의 한마디에

얼음조각은 눈을 감고 자유는 눈을 뜨고

새 출발의 신호탄을 쥐고 온 젊은 길에 끊겼던 말의 다리가 이어지고

색으로 갈린 길에 색을 지우고 쓰는 백지 위 역사는 우리들의 오늘입니다

불을 쥔 용접공들이여

쇠사슬에 산소통을 대고 불꽃이 튀긴다고

절대로 문을 닫진 마십시오 살아 있으니까요

이제가 지금이라

그대를 부르는 달개비도 제 꽃잎 물방울 푸르게 물고

떠다니는 물거품을 제거하며 바다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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