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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꽃이 지는 이유

김정기 / 시인·웨스트체스터
김정기 / 시인·웨스트체스터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7/14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8/07/13 17:17

꽃이 지는 것이

혹시 내 잘못이 아닐까

책상 위를 기어가는 벌레 한 마리 잡아서

바람에 꺾인 나무 가지를 내버려두어서 인가

추위에 떠는 옆집 개를 그냥 바라만 보아서인가

봄볕에 피어나는 연한 잎을 끓는 물에 넣은 탓일까.

곁에서 빛나는 사람들 이름도

나와 함께 흐려지고

햇볕과 시간이 공모하여

제철이 저물어가면서

나도 시들어 사방으로 흩어지며 떨어지고 있으니

꽃들도 동행이 되려고 지고 있는 것일까

검은 흙에 묻히려고 설레는 것일까

꽃이 저야 떠난 사람이 돌아온다고

약속을 지키려고 지고 있는지

땅 위에 떨어진 꽃잎을 집어 들으니

흘러간 날의 황홀한 필름이 혈관에 스며든다

조치원역에 서있던 꽃다운 당신이 선명하게 상영된다

막을 내리지 않고, 눈물겹지 않게,

아직도 숨이 멎듯 달콤하게,

그래서 꽃이 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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