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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공적 참회와 바이러스 (눅 3:7-17)

참회는 개인적인 일이고 종교적 믿음과 정체성도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다는 잘못된 성경이해가 서양기독교를 오랫동안 지배했다. 현대 기독교는 이런 개인적 기독교를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다.

예수님과 한 시대를 살았던 세례요한은 광야에서 회개를 외치면서 물로 세례를 베풀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예수를 향해 장차 그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풀 것이라고 선포한다. 그런데 그의 물세례에 대한 복음서의 강조점들이 다채롭다.

마가복음에서 세례요한은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했고, 온 유대와 예루살렘사람이 다 나아와서 자기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았다(막1:4-5). 더 상세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마가복음의 회개는 죄의 고백, 즉 영적, 내면적 행동으로 이해되기 쉽다. 마태복음에서도 유대와 예루살렘의 온 지역에서 온 자들이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고 세례요한에게 물세례를 받는다. 그런데 세례를 받기 위해서 찾아온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을 향해서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질책한 후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가르치면서, 하나님의 진노가 이미 그들에게 임했으며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자들은 불에 던질 것이라고 선포한다(마3:5-10). 마태복음에서 회개는 죄의 고백이라는 영적의미도 가지지만, 특별히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지 않는 종교적 위선을 폭로한다.

누가복음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요한은 죄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면서(눅3:3),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 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세례를 받기 위해서 찾아온 모든 무리들을 독사의 자식이라고 질책한다(눅3:7).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불에 던질 것이라고 하자 모여든 사람들이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라고 질문한다(눅 3:9-10). 세례요한의 처방은 질문하는 자들에 따라서 다르다. 〔〈【무리들이 질문하자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눅3:11). 세리들이 같은 질문을 하자,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고 했고(눅 3:13), 군인들이 질문하자,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고 대답한다(눅 3:14). 】〉〕



누가복음에서 죄사함의 회개는 사회, 경제, 정치 영역을 포괄하는 공적인 가치를 가진다. 사회적 무리를 형성하는 일반 사람들은 서로의 가난과 결핍을 돌보는 공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회개다. 세리처럼 경제적 가치를 책임지는 자들은 부의 질서와 정의로운 분배를 실행하는 것이 회개다. 군인처럼 정치적인 가치를 집행하는 자들은 공공의 가치를 위해서 권력을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회개다. 세례요한은 경제적, 정치적 집행자들에게는 자신들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수동적인 공적 회개”를 강조한 반면에, 사회적 무리를 형성하는 사람들에게는 타인들을 위해서 자신들의 소유를 희생하는 “능동적 공적 회개”를 선언했다.

많은 교회들이 사회적 아픔과 결핍을 나누고 짊어지는 공적인 회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는 회개가 품고 있는 “수동적인 공적가치”조차 올바로 깨닫지 못해서 시대의 걱정거리, 사회의 바이러스가 되고 있기도 하다. 혹자는 요한의 물세례는 외형적, 예수의 불세례는 내면적 회개를 일으킨다고 해석하지만, 바로 이런 부분적인 이해가 오늘날 교회의 심각한 고립과 개인화를 낳았다. 예수의 불세례는 내면과 외면이 아니라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해서 공적 회개를 하지 않는 쭉정이를 태우는 세례다(눅3:17). 진정한 알곡은 속 사람이 깊이 참회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악과 폭력과 위선을 멀리하고 공적 회개를 이루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다. 그리스도는 사회적 약자, 경제/정치적 희생자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하셨다.

예수는 나의 구원자이자 사회의 구원자이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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