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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 보복은 악수…북·중 혈맹은 이미 깨진 신화"

북·중 관계 전문가 선즈화 교수

김일성·마오쩌둥 특수관계였지만
그 시절에도 긴장·불신은 계속
중국, 북한에 압박·활로 병행
사드 여파 한국기업에 보복은 잘못
한·중 관계 악화 땐 북한만 이로워


"북·중 혈맹 개념은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하다. 국가 이익이 상반되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에게) 오히려 잠재적인 적국이 될 수 있다."

북·중, 중·소 관계 역사의 권위자인 선즈화 화둥사범대 교수는 북핵 해법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북.중 혈맹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조치와 관련해 "민족주의에 편승해 국민감정을 선동하는 정책은 대단히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한국에서 반중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북한만 이롭게 하는 악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근 선 교수와의 일문일답.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은 북·중 혈맹관계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인가.

"최근 '최후의 천조'란 저서를 새로이 펴냈는데 여기에 '혈맹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썼다. 그 신화는 김일성과 마오쩌둥이 통치하던 시대에 만들어졌다. 이미 깨어진 지 오래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북.중 관계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김일성-마오 시절에도 부침과 기복이 있었다. 양국 지도자간에 갈등과 불신도 존재했다. 가령 마오는 너지 임레 전 헝가리 총리처럼 김일성이 사회주의 진영에서 이탈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이를 절대로 용인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일성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조선의 지도자를 바꾸는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나중에 김일성이 이런 얘기를 전해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이런 관계를 혈맹이라 할 수 있나. 북.중이 혈맹처럼 보인 것은 갈등과 불만이 있어도 외부에 일절 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피로 맺어진 사이'만 강조하고 끊임없이 선전해 사람들이 그렇게 믿도록 했다. 그건 미국이라고 하는 공통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에게 아군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과정에서 혈맹 신화가 정착된 것이다."

-마오와 김일성 시대의 관계가 돈독했던 건 사실 아닌가.

"특수관계였던 건 사실이다. 그건 마오가 김일성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줬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런 점을 잘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했다. 마오는 김일성에게 쌀이든 땅이든 사람이든 모두 다 줬다. 쌀은 경제원조를 말하는 것이고, 사람은 6.25 참전을 말한다. 땅은 1962년의 북.중 국경 획정이다. 그때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 천지를 비롯해 상당히 많은 영토를 중국이 양보했다. 김일성은 대단히 흡족해했다. 이때가 북.중 관계의 피크였다. 작은 나라(북한)가 큰 나라(중국)를 제어하고 통제했다는 점에서 개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미파요구(尾巴搖狗) 현상이 북.중 관계에서 일어났다. "

-마오는 왜 그랬나.

"지정학적 이유가 크다. 청.일 전쟁 때부터 북한이 감기에 걸리면 중국이 기침을 한다고 했다. 마오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전방(북한)과 후방(중국)의 관계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을 천조(天朝), 즉 봉건시기의 중앙왕조로 인식하고 북.중 관계를 천조-주변 속국 관계로 보는 마오의 사고방식도 작용했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마오의 사망과 함께 모두 깨진다. 1985년 김일성이 미그기를 중국에 보낼 테니 수리해 달라고 했다. 중국은 수리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일성은 '마오가 준 선물인데 끝까지 책임져야지 웬 수리비를 요구하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덩은 '우리는 (개혁 개방으로) 도급경영을 도입했다. 군수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오 시대의 북.중 관계가 깨어졌음을 상징하는 사례였다. 그 뒤 결정적으로 한.중 수교를 거치면서 혈맹이든 특수관계든 모두 깨졌다. 지금 시대에 혈맹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전히 북·중 특수관계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곤 하기 때문에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은 북한을 마땅히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건 북.중 관계의 객관적 본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동맹관계가 성립하려면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하는데 중국과 북한의 이해관계는 오히려 상반된다. 중국은 개방 발전이 필요하므로 미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가 가장 중요한데 북한은 미국과 적대국가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시장경제지만 북한은 여전히 폐쇄경제, 사회주의 경제다. 시진핑 주석은 이런 관계를 비교적 냉정하게 이해하는 듯하다. 북.중 관계를 현대적인 의미의 국가대 국가의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 문제 해결도 가능하고 동북아 지역의 미래가 있다."

-중국은 대북 원유 공급 제한 등에 반대하는데.

"중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충돌이나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대단히 우려한다. 한반도는 중국의 앞마당이다. 북한을 전쟁 외엔 출구가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압력을 가하면서도 활로를 열어두려 한다. 북한이 죽음을 무릅쓰고 핵무기를 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그렇지 않다. 하지만 중국이 바꿀 수 없는 입장이 하나 있다. 통일 이후에는 미군 주둔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통일을 전제로 반드시 비핵화가 되어야 한다. 1980년대에 통일 이후 한반도를 스위스처럼 영세중립화하는 방안도 제기됐었다. 나는 이것이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럴 때 중국의 동북지방과 러시아 원동지방까지 포함해서 이 지역이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사드 문제가 한·중 관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사드 자체는 그렇게 엄중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레이더 탐지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한국에 없어도 일본에 놔두면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 사드가 중국에 정말 새로운 위험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민간의 민족주의 정서를 선동해 한국 기업에 보복을 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는 한국 민심의 반발을 일으키고 한.중 관계를 이간시켜 북한만 이롭게 할 뿐이다. 내 말이 중국 정부의 입장과 다르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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