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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소탕까지 공조…미국과 더 끈끈해지는 인도

강혜란 기자
강혜란 기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08/26 미주판 5면 기사입력 2017/08/25 17:50

경제 이어 안보서도 존재감
13억 인구대국 인도의 행보

새 아프간 전략 천명한 트럼프
인도를 최전방 파트너로 호명

중국의 해상 팽창정책에 맞서
인도양 정례 합동 해상훈련도


'실용주의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가 글로벌 경제에 이어 안보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끈끈한 협력으로 라이벌 중국의 해상력 강화를 견제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새로이 펼쳐 갈 아프가니스탄 재건 및 대테러전에서도 인접국 파키스탄을 제치고 주도권을 쥘 기세다. 중국과 맞먹는 13억 인구 대국 인도의 '조용하지만 거침 없는' 전략 행보를 들여다봤다.

"우리의 지원이 백지수표(blank check)는 아니다."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포트 마이어 군 기지에서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동맹에 공짜가 없다'는 이 경고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아프간 정부였지만 말의 울림은 이해관계가 얽힌 여느 국가들을 향했다. 특히 새 아프간 전략에서 주요한 파트너로 호명된 인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커 보였다.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이자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며 핵심 안보.경제 파트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인도를 치켜세우며 늘어놓은 수식어들이다. 트럼프는 또 인도가 "미국과 무역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는 만큼 아프간 경제 개발에 더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치 중국에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며 북핵 해결의 책임을 돌리는 것과 비슷한 압박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한 후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좋다"며 모디 총리를 '진정한 친구'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21일의 압박은 이런 우정 관리비 청구서에 해당한다.

이날 연설에서 인도의 역할이 부각된 것은 그간 축적돼 온 미.인도 안보 파트너십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냉전 종식 후 경제.통상 협력을 넓혀 온 양국은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후 군사 분야에서도 긴밀한 관계가 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대테러 전쟁에서 서남아 지역 중심 국가인 인도와의 안보 협력 필요성을 절감했다. 2005년 만모한 싱 총리의 방미 때 양국 관계는 '글로벌 동반자 관계(global partnership)'로 격상됐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를 천명하면서 인도와 인도양이 지닌 전략적 중요성은 한층 강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1월 미국 수반으로는 처음으로 인도 헌법제정일인 '공화국의 날' 주빈으로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함께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인도는 미국산 C-130허큘리스 수송기들과 C-17 글로브마스터 공군 수송기를 러시아제 탱크들과 함께 선보였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소련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해 왔지만 2005년부터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렸다. 9년 만인 2014년 인도의 미국산 무기 수입액은 러시아산 구매 액수를 추월했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백악관에서 미국이 인도를 공식적으로 주요 안보 파트너로 규정하는 데 합의했다.

"파키스탄에 대한 접근법 바꿀 것"

미국과 인도의 일차적 공동 목표는 '중국 견제'다. 인도와 중국은 4000㎞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미확정 국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라이벌 대국이다. 최근 부탄 도클람 도로 건설 문제로 군사충돌 직전까지 간 데서 보듯 두 나라는 역내 패권을 둘러싸고 한 치 양보 없는 긴장관계를 이어 왔다.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더 강력한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걸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려 노력하고 있다. "인도의 부상이 미국의 이익과 지역 및 세계 안정에 부합한다"(2015년 1월 뉴델리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는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중국 견제는 먼저 해상에서 시작됐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해군력을 현대화하고 남아시아 다수 국가들에서 항구를 건설하면서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스리랑카의 콜롬보.함반토타항, 방글라데시의 치타공항, 미얀마의 키얀퓨.시트웨항 등의 개발을 위해 직접 투자했다. 이른바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이다. 중국은 이런 투자가 해상수송로를 강화하려는 상업.경제적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인도는 이 '진주'들이 중국의 인도양과 태평양의 군사거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인도양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와 해군 협력을 강화해 왔다. 지난달에도 미국.인도.일본 3국은 벵골만에서 항공모함 2척과 전함 약 15척, 잠수함 2척, 전투기, 헬기 등이 참가한 정례 합동해상훈련(말라바 훈련)을 벌였다. 이 밖에도 미국과 인도는 일본.호주.싱가포르 등에서 조난 구조와 상륙작전 훈련을 공동으로 벌이는 등 중국의 해상 팽창에 함께 맞서고 있다.

해상에서 끈끈한 협력을 다져 온 미국과 인도는 이제 아프간을 무대로 한 육상전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기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천명하면서 파키스탄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아프간의 탈레반 테러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을 음으로 양으로 압박.활용해 왔다.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활약하는 탈레반 포격용 미군 무인기(드론) 일부가 파키스탄 모처에 있는 비밀기지에서 출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21일 연설에서 트럼프는 파키스탄이 "혼란, 폭력, 테러의 행위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며 "파키스탄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아프간과 인도 사이에 끼어 있는 파키스탄을 건너뛰고 인도를 중심으로 지역 역학구도를 재설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반응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공식 반응을 내놓기도 전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파키스탄은 테러리즘과의 투쟁에 앞장서 왔고, 다년간 테러리즘 척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과 큰 희생을 감내해 왔다"고 반박했다. CNN은 이와 관련해 인도가 아프간에 개입을 확대하는 것은 파키스탄과의 경쟁 문제뿐 아니라 중국과도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중국은 그간 미국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를 틈타 아프간의 세 번째 교역 상대로 존재감을 키워 왔기 때문이다(2015년 중국.아프간 무역 규모는 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아프간에서 영향력 키워 온 중국 발끈

게다가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서도 아프간.파키스탄 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파키스탄 정부는 중국과의 우정이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고 선전하기까지 한다. 중국이 역내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인도로선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이 싫지 않은 기색이다. 인도 영문 주간지 인디아투데이는 아예 트럼프 연설을 놓고 "인도가 미국의 아프간 정책 변화에서 핵심적인 플레이어가 될 것이며 이는 파키스탄에 굴욕적인 후퇴를 안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2년 이후 인도는 아프간 재건에 20억 달러(약 2조2600억원)를 퍼부었고 지난해 10억 달러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은 인프라 구축, 보건, 방호용 장비 등을 지원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부터 헬기 등 군사 장비 외에 병력훈련 지원도 곁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인도는 파키스탄을 못미더워하는 미국이 아프간 전략에서 '진정한 친구'로 필요로 하는 존재다. 향후 대테러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인도가 언젠가 미국에 큰소리칠지 모른다. "우리의 지원이 '백지 수표'는 아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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