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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추진 잠수함, 미 농축 우라늄 판매 금지가 걸림돌

차세현 기자
차세현 기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10/05 미주판 5면 기사입력 2017/10/04 19:02

유엔 한·미 정상회담 합의 분석해 보니

지난해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의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위 사진). SLBM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6월 부산항에 입항한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인 샤이엔함. [중앙포토]

지난해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의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위 사진). SLBM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6월 부산항에 입항한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인 샤이엔함. [중앙포토]

첨단 군사자산 구매 길 열렸지만
원자력 협정 개정만으론 불가능

"디젤 잠수함 훨씬 효과적" 반론도
전략자산도 상시 배치는 힘들 듯


21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강화 방안 협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확장 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재래식 억제력과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의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과 개발 등을 통해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하기로 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한국과 주변 지역에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이 합의한 '최첨단 군사자산의 획득과 개발'은 문 대통령이 조속한 구축을 지시한 한국형 3축 체계와 연관돼 있다. 전쟁이 임박했을 경우 북한을 선제 공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과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북한의 공격에 보복.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각종 최첨단 군사자산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거나 기술 지원을 받아 한국이 직접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독자 우라늄 농축 외엔 방법 마땅찮아"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최첨단 군사자산은 역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한 효율적 대응 수단으로 꼽히는 핵 추진 잠수함(SSN·원자력 잠수함)이다. 핵 추진 잠수함은 농축 우라늄-235를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으로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SSBN)과는 다른 개념이다.

현재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뿐이다. 이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핵보유국이거나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국가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은 국제사회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청와대가 두 정상 간의 원칙적 합의라고 강조하면서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이 첨단무기를 도입한다는 원칙에는 양국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무기 종류와 성격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핵 추진 잠수함에 대해서도 "미국 내 규제가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미 국방부와 국무부 간에 서로 자체적으로 따져봐야 하고 그런 것이 선행된 다음 (한·미 간) 실무 협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한 미국의 대표적인 규제는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의 모법(母法)인 미국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이다. '123협정'이라고 불리는 이 법 제123조(Cooperation with other nations)는 미국산 군사용 농축 우라늄의 대외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양국 정상의 원칙적 합의와는 별도로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이 쉽지 않은 근본 이유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의 설명을 들어봤다.

-미국의 규제란 무엇인가.

"미 원자력법에 따르면 미국산 농축 우라늄의 군사용 대외 판매는 금지돼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협정만 개정하면 군사용 농축 우라늄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아예 불가능한가.

"한·미 간에 군사용 농축 우라늄 판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양자 협정 또는 특별법안을 만들어 의회를 통과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원자력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정책을 과연 의회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미 원자력협정상 20% 미만의 농축 우라늄 구매는 가능하지 않나.

"군사적 용도로 구매는 불가능하다."

-프랑스·영국 등에서 구매할 수는 없나.

"다른 농축 우라늄 공급국들도 미국과 유사한 수출 통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안은 없나.

"미국산이 아닌 천연 우라늄을 구입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농축하는 것 말고는 달리 조달 방법이 없다. 북한의 핵 개발로 사실상 사문화됐긴 하지만 핵 재처리와 농축을 금지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위반이기도 하다. 더욱 큰 문제는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돈이다."

-비용은 어느 정도 예상되나.

"일본이 약 10년 전 계산한 것을 보면 우라늄 농축 공장 건설을 빼고 대략 한 척당 2조5000억원을 예상했다. 한국이 보유한 214급 디젤 잠수함(1800t급)의 척당 건조비는 5000억원 정도다. 북한 잠수함을 잡기 위해 다섯 척의 214급 디젤 잠수함이 (북한 신포 앞바다에) 밀착 매복해 감시하는 게 한 척의 핵 추진 잠수함으로 먼바다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전략자산 상시 배치, 중·러 반발 감안해야

한.미 정상이 합의한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 확대'는 미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배치하겠다는 의미다. 기존엔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이 벌어질 때 한·미 간 협의에 따라 미 전략자산이 부정기적으로 배치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한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계획에 따라 미 전략자산들이 순환해서 한반도에 배치된다는 의미"라며 "쉽게 말하면 이번 달엔 전략폭격기, 다음 달엔 핵 추진 잠수함 식으로 돌아가면서 한반도에 왔다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자산은 최근 한반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B-1B 전략폭격기와 F-35B 스텔스 전투기, 핵 추진 항공모함, 핵 추진 잠수함 등이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때부터 한국이 요구해온 미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한국 주둔)는 이번에도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략자산 배치에 따른 비용 부담과 미국의 해외 주둔 미군재배치계획(GPR)의 핵심 개념인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다.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수립된 개념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한곳에만 붙박이로 주둔하지 않고 유사시 언제라도 신속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신속기동군 형태로 재편됐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미국이 요구한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되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시아 지역 분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국은 한국 정부와의 사전 합의 없이도 자유롭게 주한미군 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게 됐다. 미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전략적 유연성 개념과는 배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이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에 소극적인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위성락(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23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전략무기를 상시 배치하는 것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며 "이와 함께 미 전략자산의 예측 불가능한 한반도 전개가 북한에 주는 충격을 고려하면 상시 배치할 경우 북한의 면역력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791조 규모 미 국방예산도 상원 통과

그런 측면에서 한·미 정상회담 사흘 전인 지난 18일 양국 합의 사항을 뒷받침하는 국방수권법(국방예산법) 수정안의 미 상원 통과는 주목할 만하다. 미 상원은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에 무려 7000억 달러(약 791조원)의 국방예산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89대 8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했던 6400억 달러에 상원이 600억 달러를 추가한 규모다. 2017 회계연도의 국방예산이 6190억 달러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같은 국방예산 증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수정안에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에 무기 판매를 늘리고 전략자산 배치 확대 등 이른바 '확장 억제력' 강화를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 본토를 지키기 위해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에 미사일방어 체계 강화 명목으로 85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도록 했다.

미 국방부는 국방수권법 수정안에 담긴 의회의 요구에 대해 법안 최종 통과 후 30일 이내에 이행 계획을 상.하원 군사위원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수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할 경우 한.미 정상이 합의한 최첨단 군사자산 판매와 확장 억제 순환 배치 확대 카드를 뒷받침하는 법적 토대가 갖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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