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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버핏' 우샤오후이의 몰락…"태자당 돈줄 끊기"

중 당국, 경영권 박탈.기소
자금 의혹 '베이징 권력자 뒷돈'설
시진핑, 혁명 2세들 향해 칼 뽑아

한때 미국 패권의 상징이었던 최고급 호텔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2015년 운명이 바뀌었다. 중국 자본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인수가는 당시 호텔 인수 금액으로 가장 비싼 19억5000만 달러였다. 이듬해 미국 내 16개 호텔을 보유한 스트래티직호텔&리조트도 65억 달러에 중국 회사가 샀다. 뒤이어 셰라톤호텔의 모기업인 스타우드호텔&리조트 월드와이드의 인수전에도 중국 기업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인수(시도)자는 같았다. 중국의 안방(安邦)보험이다. 시장의 관심은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52) 회장에게 쏠렸다. 안방보험은 미국의 호텔을 사들이기 전 이미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에서 보험사를 인수했다. 한국의 동양생명까지 손에 넣으며 안방보험은 국제 인수합병(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럴드 쿠슈너 소유의 뉴욕 부동산을 놓고 투자 협상을 벌이다 무산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자산 매입을 위해 거침없이 직진했던 우샤오후이는 '중국판 워런 버핏'으로 불렸다. 보험사 수입을 M&A에 쏟아부으며 몸집을 불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전략과 닮아서다.

이랬던 중국의 버핏이 몰락의 벼랑 끝에 섰다. 안방보험그룹의 경영권이 중국 정부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우 회장은 경제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내년 2월 22일까지 중국인민은행 등 5개 부처로 구성된 팀이 안방보험그룹을 경영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명보 등은 "우 회장이 (중국의) 혁명원로 가족과 교류하며 이들의 돈 줄 역할을 했던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안방보험은 비공개 기업이다. 자산과 매출.순이익과 M&A 자금 조달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수차례의 증자로 지분 구조도 복잡하다. BBC에 따르면 안방보험의 자본금은 840억 달러(91조2000억원)다. 설립 시 자본금(6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커졌다.

이 과정에서 안방보험의 주주였던 중국의 대표 국유기업이 안방보험의 자본을 더 넣었다.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가 2005년 3억3800만 위안을,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이 2006년 7억5800만 위안을 투자했다. 안방보험에 꾸준히 돈이 유입된 이유다. 여기에 인수한 은행 등을 통해 고이율의 자산관리상품을 판매하며 안방보험은 두둑한 자금을 확보했다.

그런데도 안방보험의 엄청난 자금력에 대해서는 의혹이 이어졌다. 안방보험의 자금이 '베이징 권력자의 뒷돈'이라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2016년 뉴욕타임스(NYT)가 안방보험의 주주인 39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우 회장의 고향에 사는 가족과 친척.지인이 대부분이었다. 새로 추가된 32개 회사 중 일부는 사무실이 없거나 페이퍼 컴퍼니였다. 심지어 일반 노동자인 그의 친척 4명이 120억 달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였다.

때문에 안방보험이 중국 최고위층의 '바이쇼우타오(白手套.흰 장갑.다른 사람을 위해 자산을 관리하는 제3자)'의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NYT는 "권력자가 기업을 통해 돈을 벌면 정치적 의무가 따르는 데다 부정축재 의혹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기업을 소유하는 '바이쇼우타오'는 흔한 일"이라며 "해외 M&A에 나서는 이유는 회사 배후에 있는 중국 권력층의 자산을 빼돌리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우 회장이 중국 권력층의 '흰 장갑' 의혹을 받는 것은 중국 혁명원로의 자녀인 훙얼다이(紅二代)와 태자당(太子黨) 등을 든든한 후원 세력으로 확보한 그의 인간 관계에 기인한다. 최고위층 권력자와의 '관시'(關係.관계)는 그의 탄탄한 동아줄이었다.

1966년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핑양현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에서 밀수 단속을 하던 공무원으로 일하다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가로 도약한 계기는 결혼이다. 96년 롄퉁 리스 등 렌터카 대리 판매업체 등을 세운 그는 루원거 전 항저우시장 장녀와 결혼을 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두 번째 결혼이었다.

혼맥의 결정판은 2004년 중국 개혁의 설계사인 덩샤오핑의 외손녀 덩저루이와의 세 번째 결혼이다. 덩저루이와 결혼을 한 그 해에 안방보험의 모태가 되는 안방손해보험을 세운다. 국유기업이 주도하던 보험 시장에 민간 기업이 출사표를 던진 것만으로도 이례적이었다.

시노펙과 SAIC도 안방보험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에는 중국 10대 혁명원로인 천이 전 부총리 아들 천샤오루와 후마오위안 SAIC 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천샤오루와는 저장성 일대의 인프라건설 사업을 함께 하며 관계를 다졌다. 후 회장은 렌터카 업체 등을 운영하던 그를 눈여겨보며 이후 덩저루이를 소개해줬다.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도 안방보험의 등기 이사를 지냈다. 롱용투 전 외무장관은 안방보험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이들의 영향력에 힘입어 2010년에는 안방생명보험을 설립하고 2011년 안방지주를 세우는 등 우 회장은 거침없이 질주했다.

안방보험과 우 회장이 몰락의 위기에 처한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훙얼다이를 겨냥해 칼을 뽑아서다. 역사학자인 장리판은 명보에 "안방보험의 위탁 경영을 통해 훙얼다이 세력 돈줄을 끊어 시 주석에게 정치적으로 대항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의 해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안방보험을 시범 사례로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그룹의 경영권을 가지고 오면서 안방보험그룹이 대주주인 한국의 동양생명과 ABL생명에도 영향이 미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방보험그룹은 2015년 동양생명을 인수했다. 현재 안방생명보험과 안방지주가 동양생명 지분을 각각 42%, 33.3% 갖고 있다. 안방지주는 2016년에는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 지분 100%를 인수하기도 했다.

당장 이 지분 구조가 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 보감위가 그동안 안방보험에 해외자산 매각을 강하게 요구해온 만큼 안방 측에서 이 지분을 팔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두 회사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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