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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유엔 경제 제재와 대북 식량지원

[시애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6/11 13:12

당근과 채찍의 조화가 필요해

며칠전 한 지인으로부터 카톡 문자가 왔다. 북한동포들을 돕자는 권선의 글이었다. "북한 인구의 절반인 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지나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자신의 생업을 뒤로 하고 맨해턴과 퀸즈의 한인 상가를 찾아다니며 모금 활동을 하고 있는 자신 동료들을 이름을 일일이 적어 소개하고 있었다. 필자도 알만한 사람들이었다.

서울의 법륜 스님이 주도하고 있는 JTS 뉴욕 뉴저지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얼마 전 법륜당이 북한을 다녀왔다고 하더니 다시 북한 돕기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이라고 여겨졌다.

"큰돈이 아닌 10달러, 20달러라도 천명, 만명이 동참하면 적지 않은 돈이 모금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내어 성금을 보내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의 선구자격인 법륜 스님은 2000년대 초반, 탈북자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 돕기에 적극 나서면서 북한 정권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자신들 국민을 제대로 못 먹여 목숨을 걸고 탈출하게 하는 그런 정권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 무렵 법륜 스님의 일갈이었다.

최근 들어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빠졌다는 뉴스와 그럼에도 북한은 식량 지원에 대해 저급한 선심행각이라면 일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그러려니하고 넘어 갔었다.

아무리 미국과 서방이 경제 제재를 가한다 해도 끄떡없다는 그간 북한 당국의 호언성 제스쳐와 최근 우리 언론인들이 찍어온 화려한 평양의 모습 때문에도 그랬는지 모르겠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동료 기자들은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하나같이 평양의 외경을 보여주면서 상전벽해가 따로 없고 주민들도 놀라고 있다는 소식만 전하고 있다.
아무튼 인구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다는 간절한 호소는 다시금 북한의 작금 식량 사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이 올해 136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10여년 전부터 북한의 식량 사정을 세밀하게 관측하고 있어 나름대로 노하우와 정확성을 확보한 한국 농업 진흥청도 이 통계에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최악의 사정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농진청 추계로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90만~100만톤 안팎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하다는 것이다.

농진청이 추정한 지난해 북한 곡물 생산량은 455만톤인데 WFP는 북한 통계를 그대로 인용해 417만톤이라 추정했다. 또 북한의 식량 수요도 예년에 비해 10만톤가량 높게 잡았기에 결과적으로 식량 부족분을 50만톤 정도 부풀린 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100만톤이라 해도 북한 전역이 두 달간 굶어야 한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정부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800만 달러 무상지원을 최종 확정 의결해 그 돈을 지난주 국제 기구에 전달했다. 세계식량계획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에 350만 달러가 나눠 지원됐다.

세계식량계획은 이 자금으로 북한 9개 도, 60개 군의 탁아소·고아원·소아병동 등의 영유아, 임산부, 수유부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영양강화식품 공급에 필요한 식품재료 등을 조달하게 되며. 유니세프는 북한 아동·임산부·수유부 등을 위한 치료식과 기초 필수 의약품 키트, 미량 영양소 복합제 등을 공급하는 사업에 자금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그동안 끌려 다니기만 한다, 퍼주기만 한다는 말은 많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차원의 첫 대북 지원이다.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 관계를 풀어갈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일단 첫단추는 꿰어졌다고는 하나 직접 식량 지원은 아직 논의 단계다. 지원을 한다 하면 시일이 촉박하다. 대북 식량 지원은 정부가 밝힌 대로 인도적 측면에서, 같은 동포로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는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북한의 식량이 가장 부족한 춘궁기 6-8월에 보내야 북한도 우리한테 조금이라도 더 고마워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6~8월에 지원하기 위해선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신속히 밝히고 북한과의 실무 협의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과거 대북 쌀 지원을 위한 북한과의 실무 협의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쌀 포장재 문구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곤 했다. 실제로 정부는 1995년까지 북한의 요구로 대북 지원용 쌀 포장재에 아무런 문구도 넣지 않았다. 그러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쌀, 40㎏, 대한민국’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또 배분에 대한 모니터링도 늘 문제였다.

그런데 결코 식량 지원을 할 때가 아니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북측이 단거리 미사일 연속 발사 등 저강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압박의 국제 공조 전선을 흩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내세워진다.

인도주의 지원은 대북 제재의 예외로 인정된다지만, 식량 수입에 써야 할 외화를 아껴 다른 곳에 쓸 수 있으므로 결국은 제재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륜 스님과 함께 서로돕기 운동 본부를 만들었던 서경석 목사 같은 이가 핏대를 올리며 지원을 반대한다. 화상사 인부동이다.

거기에 북한은 최근 대남(對南)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지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측은 엊그제 다시 한국의 '을지연습'을 '남북 군사합의서'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인도주의 지원은 '부차적인 겉치레' ‘기만적인 허튼 요설이라고 깎아내렸다. '우리민족끼리'는 "대화요, 인도주의요 하는 부차적인 겉치레로 그 무슨 생색을 내보려 한다면 오산"이라고까지 했다.

이처럼 주장이 엇갈리고 여론이 양분되고 분위기가 차가운 때 식량 지원이 어찌 진행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의 일을 가늠하는 많은 함의와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JTS만 해도 옥수수 10만톤을 보내기 위해 40만 달러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서울과 미국에서 한달 가까이 애를 썼지만 20만 달러가 채 모이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는 작은 액수지만 카톡에 적힌 주소로 ‘체크’를 보냈다. “아무리 그집 어른들이 마음에 안 든다 해도 친척집이나 옆집의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데 일단 아이들은 먹이고 봐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 아내의 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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