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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책] 조금 늦은 것들

심재휘(토론토대 방문교수)

한 나무 가득 꽃들이 피어 그 나무
벚나무인 줄 잘 알겠네
가지와 가지 사이 빌려온 풍경에도
꽃들은 제 이름으로 범람해 있어

분홍의 그늘 안에서 우는 새 한 마리


꽃에 가려 보이지 않네
아마도 사랑을 잃은 듯 그 소리 슬펐네
가느다란 가지 하나를 꼭 쥐고
조금 늦었을 뿐인데 아주 늦은 노래를
혼자 불러야 하는 얼굴 없는 새여
이별은 늘 조금 빠르다네

이별은 바람처럼 온다네
어느 아침 저 꽃들이
몰려드는 후회인 듯 쏟아져 흩어지고 나면
그 나무 빛나는 이름을 잃고
그냥 길가의 나무 한 그루가 될 테지 그러면
꽃보다 조금 늦게 피어도 벚나무인 잎들
남은 계절 내내 뭇 초록의 나무에 매달려
듣는 사람 아무도 없어도 이내
바람에 묻혀버리고 마는 꽃나무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야 한다네

조금 늦은 것들은 언제나 그렇네

시집 [그늘](랜덤하우스, 2007) 중에서

*약력
고려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97년 계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제8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현 대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토론토대 방문교수,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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