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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피겨 역사를 새로 쓰다

[토론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0/02/26 11:57

경기장에서 지켜본 관중도 놀랐고, TV를 통해 지켜본 전 세계 피겨팬들도 놀랐고, 연기를 펼친 '피겨퀸'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듯 눈물을 터트렸다.

연이어 터진 환호성에 피겨퀸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시했고, 1만 5천여 명의 관중은 매혹적인 연기에 감탄하며 기립박수로 새로운 금메달리스트의 탄생을 축하했다.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피겨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28.56점)으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정상에 올랐다. 7살 때 처음 스케이트 부츠를 처음 신을 때부터 상상해온 '금메달의 꿈'을 14년 만에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김연아의 금메달은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 이광영(남자)과 김혜경, 이현주(이상 여자)가 처음 출전한 지 42년 만에 달성한 역사적인 쾌거다.

특히 김연아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4대륙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모두 석권하면서 여자 싱글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로 피겨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김연아는 25일(이하 토론토 시간)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기록, 쇼트프로그램 점수(78.50점)를 합쳐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228.56점으로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205.50점)를 무려 23.06점 앞서는 월등한 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김연아가 받은 프리스케이팅 점수 150.06점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점(133.95점) 무려 16.11점이나 뛰어넘은 놀라운 기록이다.

특히 김연아의 총점 역시 같은 대회에서 달성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10.03점)을 무려 18.53점이나 뛰어넘은 새로운 기록이며 신채점제(뉴저지시스템) 도입된 후 처음으로 220점대를 넘기는 신기원을 이뤘다.

말 그대로 완벽에 가깝고 숨이 막히는 4분10초의 연기였다. 1만5천여 관중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리는 중압감 속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조지 거쉰 작곡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에서 2점의 수행점수(GOE)를 챙기면서 가뿐하게 연기를 시작했다.

첫 점프에 성공하는 순간 관중석에선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고, 연이어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까지 무려 1.8점의 GOE로 완벽하게 처리하자 '이미 승부는 끝났다'는 분위기가 경기장에 퍼졌다.

긴장 속에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과 스파이럴(레벨 4)을 마친 김연아는 '마(魔)의 3연속 점프구간'까지 가산점 행진 속에 끝냈고 스텝에 이어 마지막 점프요소인 더블 악셀(기본점 3점)까지 깨끗하게 착지했다. 또 플라잉 싯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환상의 연기를 끝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클린 프로그램'이었고 김연아는 스스로 감정이 북받치면서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윽고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초조하게 기다린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과 총점 모두 역대 최고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금메달을 확신하며 호쾌한 웃음을 지었다.

김연아가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를 통틀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동시에 최고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상대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김연아는 애국가를 따라 부르다 감정이 북받치며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연아에 이어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필살기인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성공하며 순조롭게 연기를 이어갔지만 트리플 플립-더블 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에서 다운그레이드 되고, 트리플 토루프를 시도하려다 스케이트날이 얼음에 걸리면서 움찔하는 불운이 겹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회 직전 어머니가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용기 있게 대회에 나선 개최국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는 202.64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연아 장학생' 곽민정(수리고)은 자신의 역대 최고점(155.53점)을 기록하며 13위에 올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빛낼 기대주로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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