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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메사 베르디에 가면

조소현/제1회 텍사스 한인예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콜로라도 주의 서남쪽 아래에는 메사 베르디 국립 공원이 있다. 미국 공립 초등학교 인턴쉽 기간 동안 나의 멘토 선생이 4학년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면서 이 곳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때 내 눈이 반짝였다. 나도 반드시 이 곳에 가고 말리라. 남편을 졸라 9시간 운전끝에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사실 우리는 이 국립 공원을 몇 시간 만에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는 무지한 생각을 했다. 막상 안내원의 말을 들어보니 가이드 투어 네 곳을 다 하려면 하루 꼬박 혹은 이틀이 걸렸다. 메사 베르디 국립 공원에 갈 계획이 있다면, 우선 안내소에 도착해서 설명을 들어보시기를. 안내자 분이 꼼꼼하게 설명을 해 준다. 총 네 군대는 가이드 동반하에 구경을 할 수 있고, 두 군데는 혼자서 갈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시간대를 잘 알아둬야 한다. 가이드 설명은 대략 삼십분에서 한 시간 텀으로 있다. 한 가이드는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렇게 따로 따로 지정된 곳 별로 안내를 받을 수도 있고, 패키지로 3시간짜리 안내도 있다. 이미 우리가 갔을때에는 패키지 안내는 완매된 상태였다.

7세기부터 13세기 동안 유럽인들이 신대륙 미국을 발견하여 이주해 오기도 전에 원주민들이 무리를 이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바로 이 곳 메사 베르디를 찾아 정착하여 칠백년 동안이나 대대손손 잘 살았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환경 조건이었길래? 그리고 더욱 신기한 것은 바로 그들의 공간이 다행스럽게도 유지가 잘 되었고 1906년 루즈벨트 대통령 시기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많은이들의 여행지가 되어 주고 있다.

7월초 콜로라도 남부는 햇볕이 뜨거웠다. 화씨 백도는 넘은지 오래이다. 다행히 습기는 없어서 밖에 있을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지대의 강렬한 태양볕을 막을 길은 없었다. 국립 공원의 안내원 (레인저ranger. 나는 이 단어가 이상하게 좋다. 파워 레인저. 뭐 그런 수퍼맨 생각도 나고, 더군다나 국립공원의 레인저들은 모두 똑같은 의상을 거치고 있는데, 판초 모자에 녹색 계열의 셔츠와 바지, 그리고 단단해 보이는 검은 구두가 상당히 폼이 난다.)의 말에 따르면, 콜로라도처럼 지대가 높은 곳에서 태양볕을 1시간 맞는 것과 해변가에서 태양볕에 6시간 노출되는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선크림과 긴 챙이 달린 모자, 그리고 수분 충족이 필수이다. 우리는 두 곳을 돌아다녔다. 클리프 드웰링과 발코니 하우스. 커다란 바위 산 안에 절벽이 있는데, 우연하게도 이 곳은 절벽 안에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석기 시대의 주거지를 보는 셈이다. 사각형 모양으로 벽과 창문을 낸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당시의 사람들에게도 집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주거지 위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이 바위가 바로 이들의 지붕이 되어 주었다. 그렇다면 이토록 메마른 땅에, 무엇으로 먹고 살았을까? 그것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공급원인 물은 이 바위산에 어디에 있나?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클리프 드웰링이었다. 할아버지 안내원은 꼼꼼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칠천 피트 높이에 이 절벽 거주지가 만들어져 있고 이 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나바호 원주민어로는 아나사지(Anasazi)라고 한단다. 또한 절벽에서 거주하고 땅에 구멍을 파서 땅이 촉촉하면 물이있다는 증거이므로 그 곳에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주된 단백질 공급원은 칠면조였다고 한다. 또한 키바라고 불리는 공간이 흥미로웠는데, 키바는 바닥을 깊고 동그랗게 파서 그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앉아 있을 수 있게 해 놓았고, 그 안으로 통하게 하는 벤트를 만들어 놓아서, 가운데 불을 펴 놓으면 이 벤트로 들어온 공기가 이 더운 공기를 키바안에 전체적으로 돌게 한단다. 키바는 사람들이 모여서 몸을 따듯하게 하고, 이야기를 하던 곳이란다. 또한 당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그들이 지하세계에 살다가 지상세계로 올라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의 두 번째 레인저는 인류학을 전공한 석사생이었다. 그는 단순히 이 곳에 살았던 이들이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살았고 하는 사실 전달용의 안내에서 한 층 더 나아가 우리에게 뭔가 생각할 꺼리들을 던져 주었다. 발코니 하우스라 불리는 곳을 구경하기 전 그가 우리에게 던진 첫번째 질문은 “여러분은 아름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이 아름다움을 이루는 요소들인가요?” 였다. 나는 나름대로 영어도 연습할겸 “Perfect Balance. 완벽한 조화”라고 말했다. 그는 미소만 지으며, 대답은 발코니 하우스에 가서 해 주겠다고 한다. 발코니 하우스에 다녀오기 위해서는 3개의 나무로 만든 계단과 좁은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높은 곳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무조건 내 앞 사람의 다리만 바라보았다. 휴우. 당시 사람들은 이런 곳을 매일 다녔을 것이다.

발코니 하우스는 말 그대로 공간이 마치 발코니 처럼 생겼고, 앞으로는 훤하게 콜로라도의 평야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두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멀리 보이는 평야에 비해서 훨씬 지대가 높은 바위 산 안이었다. 우리의 레인저 아저씨의 아리송한 설명이 다시 시작되었다. “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이 곳은 당시 곡물 저장고였습니다. 지대가 높고, 그 안에서 높은 곳에 저장고를 지었기 때문에, 비교적 동물이나 다른 외부자로부터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 그럼 저의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뭘까요? 무엇이 우리를 아름답게 해 주는가. 우선 여러분 앞에 보이는 이 바닥의 물을 보세요.” 그가 가리키는 쪽에는 돌벽 아래에 살짝 물이 고여 있었다. “이 물은 어디서 왔을까요? 공기중의 수분이 이 바위 산에 닿아, 바위가 갈라지는 틈 사이로 흘러내린 것입니다. 보기에는 상당히 지저분하고 아름답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물 덕분에 수백년 동안 이 곳에서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물의 기능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기능과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상당히 철학적이고 멋진 설명이다. 그는 또다시 말을 이었다. “아름다움에 대해서 저는 또 한가지 여러분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이 곳 말고 다른 국립 공원에서 안내원을 했는데, 거기에서 또 다른 안내원을 만났습니다. 그 안내원이 그러더군요. “난 이 아름다운 국립공원의 풍경을 십 년 넘게 매일 지켜 봤더니 더 이상 내게 이 곳은 전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군. 난 이제 이 곳을 떠나야겠어.” 왜 그에겐 그 국립공원이 더 이상 아름다움을 주지 않았던 걸까요? 일상이란 게 그런겁니다.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그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다면 그 곳에서 매일 놀랍고 아름다울 수가 없겠지요. 이 곳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2017년 이 곳 메사 베르디는 여러분의 눈에 참으로 신기하고 아름다워 보일 겁니다. 그런데 12세기에 이 곳을 집으로, 일상으로 여겼던 사람들에게도 그러할까요? 아마 그들은 수 세기 이후, 그들이 살았던 곳이 훗날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될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안내원의 마지막 말은 ‘그러니 당신의 일상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가꾸라’는 메시지였다. 그런 말을 들으며 다시 메사 베르디를 돌아보니 새삼 이여행의 의미가 뜻깊게 다가왔다.

조소현/제1회 텍사스 한인예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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