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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자녀양육 17] 운전 가르치기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두어 주 전에 아들과 번갈아 운전하며 휴스턴에 다녀왔다. 운전을 하면서 아들로부터 잔소리를 여러번 들었다. “걸어가는 사람 있어요. 조심하세요.” “차가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어요.” “앞에서 차가 빨리 오는데, 왜 기다리지 않고 급하게 좌회전을 해요?” 은근히 짜증이 나서 결국 한마디 해줬다. “다 보면서 운전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가 운전을 얼마나 잘한다고... 나는 이래뵈도 삼십년이 넘게 운전했다.’

그 장거리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운전을 시작하던 때를 추억해볼 수 있었다. 둘 다 열다섯 살 때 운전을 시작했던 것 같다. 아들은 처음부터 학교에서 소개해준 학원강사로부터 운전을 배웠다. 그래서 아들의 운전연습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별로 없다. 딸은 내가 몇 번 가르쳤다. 아니, 가르치려고 시도해봤다. 내 성격이 급하고 거칠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런 성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날 학교 주차장으로 가서 연습을 했다. 주말이라 주차장이 굉장히 넓어 보였다. 개스패달, 브레이크, 좌우 깜박이 작동법을 설명해주었다.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수시로 들여다 보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깜박이 신호를 넣지 않고 방향을 바꾸고, 거울을 보지 않는 실수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점잖게 지적했다. 다음에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딸이 우는 모습을 볼 때 느꼈던 그 미안함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다. 그날 이후, 자녀에게 운전을 가르쳐서 면허증를 따게 했다는 부모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결국 딸도 운전학원에 등록해서 운전을 배웠다.

딸에게 운전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지금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운전을 가르치면서 딸과 더 가까와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자녀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것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기 때문이다.



우선 운전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실들이 있다

▶자녀에게 운전을 허락하겠다고 말하고 난 후, 운전연습을 시작하는 시기는 자녀가 정하도록 하게 한다. 자녀가 운전하겠다고 조르지 않는 것은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부모가 먼저 언급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운전을 배울 준비가 되었을 때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전학원에서 운전을 배우는 아이들이 많지만, 자녀의 운전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부모다. 부모가 과속운전을 하거나 다른 운전자들에게 욕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 자녀도 속도를 위반하고 입이 거친 운전자가 되기 쉽다. 나도 몇 년간 연중행사로 과속딱지를 뗐던 적이 있다. 아들과 딸이 운전을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규정속도를 위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크루즈컨트로를 사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자동차 사고가 청소년 사망에 주요 요인이다. 매년 약 5,000명의 청소년들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따라서 아이들이 운전을 시작할 때부터 운전에 관련된 규칙을 분명히 정해놓고 꼭 지키도록 가르쳐야 한다. 면허증을 받고 난 후에도 최소한 40시간 정도는 부모의 관찰 하에 운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주(state)에서는 법적으로 6시간만 관찰운전을 하면 된다. 관찰운전은 야간, 러시아워, 빗 길, 눈 길 등 다양한 상황를 포함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운전을 가르칠 때 기억하고 적용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연습의 내용을 함께 정한다. 내용을 미리 아는 것이 자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해주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얼마동안 연습할 것인지에 서로 동의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오늘은 35E에서 시속 70마일로 달리기, 차선 바꾸기, 램프 진입과 진출을 30분 동안 연습하자.”

▶자녀를 가르칠 때, 너무 어린아이 취급하는 표현이나 자녀에 관해 부정적인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 “ 정신을 어따 두고 운전하는 거야?” “왜 자꾸 한눈을 파냐?” “넌 왜 늘 그 모양이야?” 그런 표현들보다는 잘한 것을 칭찬하고 낙관적으로 격려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깜빡이를 제 시간에 잘 넣었네.”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자주 보는 거는 잘 하는 거야.” “조금만 더하면 숙련된 운전자가 되겠구나.”

▶면박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지나가는 사람 치면 어쩔래?” “과속딱지 떼고 싶어서 그래?” 면박을 주면 자녀가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다. 면박을 주지 않으면서 실수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이 길의 제한속도가 몇 도지?”
^운전시간에 운전과 상관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자녀를 혼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 어제 왜 그렇게 늦게 잤어? 지난번 성적이 그게 뭐냐? 그렇게 매일 놀기만 해서 좋은 대학 갈 수 있겠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자녀는 마음이 산만해지고 운전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운전 중의 대화는 운전에 관련되고 가벼운 것이 좋다.

▶자녀가 운전하는 꼴이 답답하고 짜증날 때는 자신이 운전을 배우던 때를 생각해본다. 나는 운전을 어떻게 배웠는지 생각해보면, 나에게 운전을 가르쳐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 자녀에게 화를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딸이 운전을 잘할 수 있도록 다정하게 자상하게 가르쳐주시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아들과 딸이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운전을 잘하고 있어서 기쁘고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안전운전하길 바란다.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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