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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현관 벌레 잡아주세요'…112 신고내용은 우리 문화수준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8/01/03 15:01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버스도 안 오고 택시도 안 잡혀요. 순찰차로 데리러 와주세요."

지난해 여름, 경기도 한 지구대로 이 같은 민원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출동 사안이 아니다"고 거절했지만, A 씨는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혹여나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한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거의 도착할 때쯤 A 씨는 "택시가 잡혔다"며 신고를 취소했다.

A 씨는 경찰들의 긴급업무를 방해한 셈이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단순 민원 신고는 처벌이 어려운 탓이다. 이처럼 비긴급 신고나 허위·장난 전화로 경찰력이 크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신고자가 강력히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출동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 112신고 중 85%가 비긴급신고…허위신고도 증가추세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접수된 112신고를 분석한 결과, 1천956만여 건 가운데 85%가 경찰 업무가 아니어서 출동할 필요가 없는 경우이거나 비긴급 신고였다. 실질적인 긴급범죄 신고는 289만여 건으로 전체의 15%에 그쳤다.

실제 비긴급 신고 중에서는 "길가에 있는 강아지가 목줄을 너무 짧게 묶어놔서 불쌍한데 해결해달라"거나 "현관에 벌레가 있는데 잡아달라"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옆집 개가 짖는데 조용히 시켜달라" "홈쇼핑에서 시킨 두유가 썩었다"며 출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허위신고도 증가추세다. 허위신고는 2015년 2천927건에서 2016년 4천503건으로 53%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8월까지 허위신고가 3천 건을 넘었다. 지난해 4월에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김 모(65) 씨가 1년여간 총 1천177번이나 허위신고를 일삼아 구속되기도 했다.

◇비긴급 신고로 '골든타임' 놓쳐

문제는 무분별한 신고가 현장 경찰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이다. 경찰력과 장비는 한정돼 있지만, 비긴급 신고로 정작 긴급한 신고를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112로 "남편이 술에 취해 가족들을 죽인다고 위협하는데 집안에 큰딸이 있고 문을 안 열어준다"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긴급 신고로 접수됐지만, 출동은 지연됐다.

당시 관할 지구대 소속 순찰차는 "가게 앞에 차량을 주차해 놓아서 오토바이를 들여놓지 못한다"는 비긴급 신고 접수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상황이었다. 결국, 인근 지구대 소속 순찰차가 신고 접수 9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지난 5월에는 한 남성이 "여보세요. 다섯 시 봉화역 폭파"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봉화경찰서는 즉시 순찰대원을 출동시켰다. 하지만 경찰, 군, 소방 관계자 등 60여 명이 3시간가량 합동 수색을 했으나 폭발물을 찾지 못했다. 경찰이 발신번호를 추적한 결과, 이는 허위전화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긴급신고 대응력에 빨간불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의 긴급신고에 대한 대응력은 느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경찰이 긴급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한 시간은 평균 5분 20초로 나타났다. 2014년 평균 3분 50초, 2015년 5분 4초, 2016년 5분 2초와 비교해 점차 느려지고 있다.

진 의원은 "경찰청 설문 결과 응답자의 56.6%가 긴급신고에 대한 '신속 도착' 기준을 '5분 이내'로 판단했는데, 3년 연속 긴급출동에 걸리는 시간이 5분을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비긴급 신고 증가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원성 신고 및 허위 신고로 인해 112가 긴급신고에 대해 역량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2신고 인식 개선변화와 허위신고 강력처벌해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2는 긴급한 위험에 처해 있을 때만 신고해야 한다'는 올바른 신고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신고는 대부분 112를 통해 지구대로 들어온다. 상당수 민원 신고상담은 110으로 전화해야 하지만 대다수가 112로 전화를 하는 것이다.

또 허위신고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허위신고 처벌 수위가 높지 않고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허위신고는 6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형에 처한다. 또 경찰이 출동했는데 허위신고로 확인되면 공무집행방해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하지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7월까지 112 허위신고로 처벌받은 1만1천36건 중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에 넘겨진 경우가 73.4%인 8천101건에 달해 대부분 벌금형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치안 공백을 야기하는 비긴급 신고와 허위신고를 줄여나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악질적인 허위 신고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junep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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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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