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태종수 칼럼] 내세(來世)

최근 헝가리의 유람선 침몰 사고로 실종자 수색과 선체 인양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순간적 선박 충돌 사고로 관광 여행 중이던 멀쩡한 생명 여럿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저세상으로 갔다. 그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따라 여행길에 나섰던 6살 먹은 어린이도 있다. 낮이 저물면 밤이 오듯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것이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인간의 운명과 죽음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요새는 100세 시대라고 하고 ‘99·88·234’(99살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삼일 앓다가 나흘째 죽자)가 유행어가 된 지도 한참 된 일이다. 그러나 실상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일은 흔치 않으니 이는 모두의 바람이요 희망 사항이라는 편이 나을 것이다. 더구나 이런 청천벽력 같은 사고가 불의에 닥칠 때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론을 들먹이게도 된다. 세상사가 자기의 의지나 논리적인 인간관계와 무관하게 정해진 길을 간다는 숙명론이다. 죽음은 무엇이며 내세는 있는가?

내세에 대한 견해는 대강 세 가지다. 육체가 죽은 후에 그 영혼은 영적인 세계에서 그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그 첫째다. 기독교의 내세관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육체는 죽어도 영혼은 불멸이다. 인간의 육체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영혼이 머무는 임시 거처에 불과하다. 따라서 각 개인은 육신이 살아 있는 동안 사후세계를 위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육체가 죽은 후에 그 개인의 본질은 일정 기간이 지나서 이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재탄생한다는 주장이다. 전생의 업에 따라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같이 생사 세계를 그치지 아니하고 돌고 도는 불교의 윤회설이 그것이다. 한 예로 불교에서는 이 세상의 업과에 따라 다음에는 사람이 짐승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 세상에서의 육체의 죽음과 동시에 그 개인은 영원한 소멸(eternal oblivion)에 이르게 된다는 내세관이다. 내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특히 과학자 중에 두드러진다. 아인슈타인의 뒤를 이은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천국과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동화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금세기 최고의 천문학자로 꼽히는 칼 세이건도 사후세계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온 사람이 없으니 사후 세계를 알 도리는 없다. 그러기 때문에 내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형태인지는 죽어봐야 안다고 하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그중 하나다. 2차 대전의 명장 조지 패튼은 죽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흥분되고 가슴이 설렌다는 말도 했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내세를 믿는다. 단지 패튼처럼 흥분되거나 가슴이 설레지는 않는다. 내세가 현세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런 내 생각은 평생 학교에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학문 추구를 한 나 자신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뉴턴 이래 최대의 과학자라는 칭송을 받는 아인슈타인은 한 성령(聖靈)을 믿었다. 그가 말하기를 “진지하게 과학을 탐구하는 사람은 누구나 우주의 법칙 속에 나타나는 한 성령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능력을 가진 우리가 겸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영적인 것을.”

내세는 우리 모두에게 안겨진 영원한 숙제임이 틀림없다. “인간은 한 줄기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 가운데 가장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파스칼은 내세를 믿고 안 믿고는 자유라고 했다. 그러나 내세의 존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세를 믿어 손해 볼 건 없다는 논리도 폈다. 이를 보통 ‘파스칼의 내기’라고 하지만, 파스칼은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났으니 내세를 믿어 밑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