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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음악회, 혹은 피크닉

지난 수요일 처음으로 뉴욕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파크 콘서트를 찾았다.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센트럴파크의 중앙 지점인 81가에서 85가 사이에 자리 잡은 잔디광장(Great Lawn)에 특별 무대가 설치되고, 초여름 음악을 사랑하는 뉴요커들을 위한 상징적인 행사이다.

올해 뉴욕 필하모닉의 파크 콘서트는 지난 11일부터 맨해튼을 중심으로 하는 뉴욕시의 다섯 개 보로에서 모두 열렸다. 브롱스에 위치한 밴 코틀랜드파크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퀸즈의 커닝햄파크,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파크 그리고 세인트 조지 극장에서 열린 스태튼아일랜드의 연주까지 총 5회 공연이다. 1965년 처음으로 시작된 파크 콘서트는 지금까지 누적 관객 수가 1500만 명에 달한다. 2014년부터 뉴욕 필하모닉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스카 쉐퍼는 지난 2015년 아내와 자신의 이름으로 250만 달러를 뉴욕 필에 기부하였는데, 이 중 50만 달러는 무료 파크 콘서트 시리즈를 위해 사용되도록 지정한 바 있다.

공연은 8시 시작이었지만 꽤 이른 시각부터 좋은 곳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고, 두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필자 역시 광장 중간쯤 되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연주 시간이 다가오자 이 사람들이 어디서 모두 왔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다. 행사 중간에는 촬영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헬리콥터 두 대가 파크 상공을 한참 동안 머무르기도 했다.

뉴욕 필하모닉의 새로운 음악감독 얍 판 즈베덴이 이끄는 이 음악회에서 로시니와 코플런드,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친숙한 작품들이 연주되었다. 특별히 12세 어린이 작곡가 두 명의 작품도 소개되었는데 음악적으로 연주될 만한 곡이었다기보다는,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을 소개하는 차원이었다. 연주에 천재성을 보이는 어린 아이들은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곡의 경우는 기회가 전무한 편이다. 그래서 정기 공연이 아닌 이런 캐주얼한 무대에 이들이 작곡한 2~3분 길이의 짧은 곡들을 소개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 음악회에 대해 사람마다 기대도, 생각도 다르기 때문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를 데이비드 게펜 홀이 아닌 야외에서 경험한다고 기대를 갖고 왔다면 실망을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 반면, 야외 '음악회'가 아니라 '피크닉'에 더 의미를 두고 들려오는 라이브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정도로 생각한다면 매우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연주 장소가 너무 넓고 평평하다. 음악회가 열린 잔디광장은 55에이커에 달한다. 축구장 23개를 합친 크기이다. 중간중간 스피커 타워를 설치하긴 했지만, 실제 듣는 위치에 따라 소리가 많이 달라진다. 그리고 스피커가 높은 곳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 탓에 앉아서 들을 때와 일어섰을 때의 볼륨의 차이 역시 매우 크다. 그리고 대부분 가족과 친구, 연인, 동료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탓에 사람들은 음악보다는 대화에 더 관심이 많다. 여기에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있었으니, 음악을 잘 들을 만한 환경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콘서트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악회가 되었건, 그냥 피크닉이 되었건, 혹은 음악회 끝에 뉴욕의 빌딩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 때문이건, 클래식 음악을 찾는 5만 명의 뉴요커들이 한 자리에서 모인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따져서 뭐하겠으며, 이런 기회를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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